칼럼 뉴스목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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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랑가시나무를 보낸다추운 겨울이 시작되었다. 밤이면 한기를 몰고 온 바람이 어둠을 관할하고 낮이면 빛이 그리운 시기다. 며칠 전 가게에 크리스마스 트리에 불을 켜면서 축복이 불빛처럼 환하게 내려달라고 잠시 빌었다. 추운 12월에 예수의 탄생일이 있다는 것은 믿음을 떠나서 어떤 위안 같다는 생각을 했다. 내게는 어떤 신에 대한 특별한 믿음의 갈망은 없지만 특별히 부정하고 싶은 마음도 없다. 그래서 크리스마스가 다가오면 탄생의 축복을 기리기도 하고 사월 초파일이면 어머니를 따라 절에 가기도 했던 것 같다. 지난 주만 하더라도 봄날 같은 날씨였다. 이러다 곧 여름이 오는 것이 아닌가 하는 착각이 들 정도의 기상 이변이었다. 내가 사는 곳은 반도의 끝자락에 위치해 한겨울에도 낮에는 쉽게 영상으로 올랐다. 하지만 요 며칠간 영하의 날씨가 계속되면서 반팔에 반바지를 입고 다니던 학생들이 자취를 감추었다. 오늘은 눈발이 간간이 날리는 거리를 목도리를 칭칭 맨 남녀가 어깨를 움츠리고 지나간다. 얼마 전까지 따뜻한 봄날을 즐기며 어슬렁거리던 길고양이도 어디로 갔는지 보이지 않는다. 순천만 정원 부근에는 주차장 울타리로 식재된 호랑가시나무가 있다. 잎에 가시를 단 이 나무는 빨간 열매로 인해 크리스마스를 상징하는 꽃처럼 벽이나 천장에 장식된다. 그래서 크리스마스 때 포인세티아의 붉음과 호랑가시나무의 빨간 열매로 꾸며진 집을 보면 축복과 은총이 가득할 거란 생각을 하곤 한다. 가끔 그 주차장 부근을 지나다 호랑가시나무를 보게 된다. 12월에는 빨간 열매가 사랑의 열매처럼 더 붉어진 것 같다. 봄이 오면 자주 인용하는 문장 중에 강남일지춘 ( 江南一枝春 )이 있다.`강남에서 매화나무 가지 하나에 봄을 담아 보낸다`는 이 글귀에는 물질로 담지 못할 인정의 가치가 있다. 영하의 추운 날이지만 호랑가시나무를 내가 아는 사람들께 전하고 싶어졌다. 따뜻한 말에 마음을 전하고 한 해가 마무리되는 시점이라 자성의 마음도 들었다. 혹여 호랑가시나무를 장식하여 그분의 탄생을 축하하면 면죄부를 줄지도 모를 거란 막연한 기대도 없지 않았으리라. 친구에게 매화가지를 보내는 사람의 심정으로, 빨간 열매에 사랑을 담고 가시 달린 잎에는 그분의 축복과 은총을 빌면서 호랑가시나무를 꺾는다. ` 호랑가시나무를 그대에게 보낸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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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잘못된 결정은 없다'골프는 인생과 가장 많이 닮은 경기라고 한다. 18개의 홀을 지나면서 겪게 되는 여러 경우와 상황이 그러하기 때문일 것이다. 서양 사람들은 골프를 포커게임과 닮았다고 한다. 긴 시간을 보내고 얘깃거리가 풍부해서도 그렇지만 내기를 할 수 있다는 점과 자신의 스코어와 패를 가지고 겨룬다는 점에서도 유사함을 찾을 수 있을 것 같다. 하지만 무엇보다 이 두 게임이 가진 어려운 점은 생각을 다스리기 어렵다는 것과 스스로 선택하고 결정해야 한다는 것이다. 골프나 포커는 매 순간 미묘한 감정의 흐름을 경험하게 된다. 샷을 하고 난 후나, 블러핑 상황에서 자신의 감정을 감춰야 하고 동요하는 감정을 다스릴 수 있어야 한다. 흔히 ‘포커페이스’라고 말하는 무심한 표정은 냉정하게 자신을 제어할 줄 안다는 뜻이고 골프에서도 필요한 덕목이다. 감정의 동요를 견뎌내고 자신이 결정한 바를 이루어야 하기에 골프나 포커는 정신력이 중요한 멘털게임이다. (이기는 습관)을 쓴 ‘보도 섀퍼’는 ‘위너의 결정’에서 이렇게 말한다. ▲결정을 내리기 힘들어하는 이유는 낮은 자존감으로 자신의 결정을 신뢰하지 못하기 때문이다. ▲잘못된 결정은 없다. 다른 결정일뿐이다. ▲결정을 했을 때의 결과가 항상 좋은 것이기를 기대 말라. 그 이유는 그런 기대가 결정을 미루게 되고, 새로운 결정을 두려워하게 된다. ▲자신의 가치를 분명히 아는 사람은 쉽게 결정을 내리고, 도전하고, 깨지고, 다시 일어설 줄 안다. 이것이 바로 성공하는 삶이다. 그의 말을 정리하면 ‘결정은 빠를수록 좋고 결정한 것을 후회하지 말 것이며 새로운 결정에 도전하라’는 것이다. 결정이 중요한 골프 경기에서 ‘메이저 사상 최악의 역전패’로 기록되어 지면에 자주 등장하는 선수가 있다. ‘장 방드 발드’라는 프랑스 선수는 1999년 메이저 대회인 (THE OPEN)에서 마지막홀을 남겨두고 3타 차 선두를 달리고 있었다. 3타 차 마지막 홀이라 여유가 있을 법 하지만 그의 티샷은 치기 힘든 러프에 떨어졌고 그곳에서 친 공이 다시 더 깊은 러프에 빠져버렸다. 그렇게 비극이 시작되었고, 그는 트리플 보기를 적어내야 했다. 경기는 연장전으로 갔고 우승은 ‘플 로리’(스코틀랜드)에게 돌아갔다. 3 라운드까지 선두였던 ‘장 방드 발드’는 10타 차이로 ‘플 로리’를 앞서 있었지만 역전을 허용하면서 클라렛 저그에 이름을 새기지 못했다. 이 패배 때문에’장 방드 발드’는 ‘저주’나’패배자’란 단어와 함께 지면에 등장하고, 메이저 대회의’역전패’하면 늘 ‘장 방드 발드’가 소개되었다. 하지만 정작 ‘장 방드 발드’ 본인은 대회가 끝나고 난 뒤 아쉬워하는 사람들을 향해 이렇게 말했다고 한다. ‘나는 나의 결정을 후회하지 않는다’ 다음해, 그는 자신에게 패배를 안긴 18번 홀에 하나의 클럽으로 도전했다. 퍼터만을 사용해서 홀을 마쳤고 결과는 트리플 보기였다. 우리는 골프와 포커에서 인생을 논할 수 있다.’보도 섀퍼’의 말처럼 결정이 빠르고 실수하더라도 금방 잊고 새로운 결정을 하면 좋겠지만, 그렇게 하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다. ‘장 방드 발드’의 일화가 시사하는 것은 ‘메이저 대회’의 우승보다 중요한 것이 본인의 삶이라는 것이다. 자신의 결정이 회한을 남기는 결과를 초래했다 하더라도 그것이 끝은 아니기 때문이다. 많은 생각을 하고 홀에 도착한다. 결정의 순간 확신이 들지 않아 멈칫거릴 때는 생각해야 한다. 잘못된 결정은 없다고 지금 이 결정이 맞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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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리 맥길로이를 위한 헌사미국프로골프(PGA) 투어와 DP월드투어가 공동 주관한 `제네시스스코티시 오픈`에서 로리 맥길로이 선수가 우승했다. 이 대회는 디 오픈(THE OPEN) 바로 앞에 열리는 전초전 같은 대회라 관심을 끌었고, 우리나라를 대표하는 자동차 회사가 스폰서를 맡아서 한국 골프 팬들의 주목을 받았다. 대회 첫날부터 안병훈 선수가 선두로 올라가서, 그의 우승과 디 오픈 출전권에도 궁금증을 유발했다. 셋째 날은 로리 맥길로이 선수가 선두로 올랐고 김주형 선수가 한 타차 뒤진 2위였다. 우승은 로리 맥길로이가 예약한듯 보였다. 하지만 골프의 본 고장 스코틀랜드는 누구에게도 쉽사리 우승을 허락하지 않는 곳이었다. 그것이 설령 로리 맥길로이라도 약속을 이행하는데 대가를 치러야 했다. 북극에서 불어온 바람이 숲을 흔들었고 황량한 링스 코스를 휩쓸고 지나갔다. 갈매기가 차가운 하늘위로 날아올랐고, 러프의 긴 풀은 종아리를 덮고도 남을 듯 길게 자라 있었다. 깊은 항아리 벙커가 촘촘하게 공이 굴러올 길을 막아섰다. 르네상스 골프장은 약속의 땅이 아니었다. 먼저 경기를 끝낸 스코틀랜드 출신 로버트 맥킨타이어는 갤러리들의 열화와 같은 환호를 받았고 14언더파로 단독 선두였다. 클럽 하우스 리더인 그의 표정은 최선을 다한 선수의 느긋함과 만족감이 보였고 긴장감도 간간이 드러났다. 그가 우승한다면 스코틀랜드 출신으로는 25년 만의 쾌거이니 감회가 남다를 수도 있었다. 16번 홀에서 13언더파로 한 타 뒤지고 있는 로리 맥길로이의 버디퍼트가 남은 상황이었다. 동반 플레이어인 토미 프릿우드와 김주형이 모두 버디를 했고 로리 맥길로이에게 기회가 왔지만 공은 홀 옆으로 비켜갔다. 우승의 문턱에서 미끄러졌을 때 대부분의 선수가 그렇지만 로리 맥길로이도 예외 없이 퍼팅이 발목을 잡았던 것 같다. 특히 그는 모든 샷에 능하지만 퍼팅에 기복이 있다. 이 버디퍼트가 빗나갔을 때 우승의 예약을 취소해야 할 것 같았다. 남은 두 홀이 결코 쉽게 버디를 허락하지 않는 곳이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스타는 스스로를 증명할 줄 알아야 한다. 17번 홀에서 로리 맥길로이가 버디로 공동선두에 올랐고 18번 홀의 티샷을 마쳤을 때 로버트 맥킨타이어는 연장을 생각한 듯 자리에서 일어났다. 로리 맥길로이가 두 번째 샷을 하기 전에 김주형의 두 번째 샷이 있었다. 그의 공은 그린 옆 러프에 떨어졌는데 아무래도 바람의 영향인 것 같다. 그가 샷을 하려던 참에 바람이 그의 모자를 날려버렸고 그런 장면이 로리 맥길로이에게 작용하지 않았을까. 아무튼 로리 맥길로이는 4번 아이언을 집어넣고 2번 아이언을 선택한다. 그리고 낮은 탄도로 날아간 공은 핀에 3m 정도를 남기고 선다. 김주형은 3 온 상태에서 파 퍼트를 남겨 놓았다. 내리막의 라인을 검토하고 어드레스 한 김주형은 순간 바람을 감지했는지 자세를 풀었다. 동시에 공은 흔들렸고 김주형은 약간 당황한 듯 경기위원과 얘기를 나눴고 원래 위치에서 다시 퍼팅을 했다. 공은 홀 컵을 휙 지나갔고 부담 가는 보기퍼트가 남았다. 공의 흔들림 때문에 그랬을까.로리 맥길로이의 버디 퍼트이자 챔피언 퍼트가 될 수 있다는 부담감때문에 조연의 자리를 빨리 내려오고 싶어서 그랬는지 모르겠지만, 김주형은 보기 퍼트에서 조금 서둘렀고 그마저 빗나가 3 퍼트 더블 보기로 마감한다. 김주형이 더블보기로 내려온 그린 위에는 로리 맥길로이가 마지막 바람을 맞으며 홀 컵을 노려 보고있었다. 그의 퍼터를 떠난 공이 빨려들 듯 홀로 사라지자 숨죽이던 갤러리들이 환성을 질렀다. 타이거 우즈를 이을 후계자로 로리 맥길로이를 지목하는 사람들이많다. 그는 스타가 가져야 할 요소를 많이 갖고 있다. 미켈란 젤로의다비드를 연상시키는 몸매와 군더더기 없는 완벽한 스윙, 엄청난 비거리와 정교한 숏 게임은 보는 사람을 감탄케 한다. 공격적이고 화려한 플레이 때문에 많은 팬을 보유하고 있지만 명성에 비하면 PGA24승이 부족하다고 말하는 사람들도 있다. 그래서 다가오는 디 오픈(THE OPEN)에서 2014년에 그가 이뤘던 우승을 기대해 본다. 스타가 스스로를 증명하는 사람이라면 로리에게 그 자질은 충분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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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억으로 자라는 나무 (上)D- 365 작년에 제주도 (돌 문화 공원)에서 썼던 엽서가 오늘 집에 도착했다. 우리 가족이 제주도를 여행하다 들렀던 (돌문화 공원)에서 서로에게 보낸 엽서다. 이제 일 년의 시간이 지나 수취인에게 전달된 거다. 우편물 수거함에서 세 장의 엽서를 발견했을 때는 좀 놀랐다. 냉장고에 넣어두고 까맣게 잊고 있던 어떤 물건을 발견한 기분이랄까. 내가 쓴 글을 읽는 쑥스러움으로 엽서를 보자 한 자리에 앉아 엽서를 고르고 쓰던 그때가 생각났다. 셋이 보낸즐거운 시간과 행복했던 순간이 추억의 이름으로 다가왔다. 붉은색의 숲길이 녹색잎과 대비되던 비자림 숲과 다리를 사이에 두고 밀물에는 호수가 되고 썰물에는 모래바닥을 보이던 숙소 앞의 한적한 바닷가. 안도 다다오의 건축미를 느낄 수있었던 유민 미술관은 미로를 찾듯 계단을 내려가야 했다. 그 깊은 곳에서 만났던 아름다운 아르누보의 유리 조형품들. 저녁을 먹으러 찾아간 식당 뒤편으로 펼쳐진 붉은 노을과 그곳에서 만났던 고양이. 어디였을까? 노년의 부부 여행객을 만난 곳이. 흰머리의 구부정한 남자는 백팩을 메고 아내로 보이는 여자는 휠체어에 앉아 있었다. 아내와 나는 그들이 즐겁게 대화를 나누고 사진을 찍는 모습을 보면서 '무슨 사연이 있겠지'하며 지나쳤던 것 같다. D-280 그리고 한참이 지났을 때 아내가 불쑥 물었다. "어머니 모시고 제주도 여행 한번 갈까? "어머니는 허리가 좋지 못해 지팡이를 짚어야 하거나 노인용 유모차가 있어야 움직일 수 있다. 차멀미는 하지 않아서 드라이브하는 것을 좋아하신다. 아버지가 살아 계실 때 두 분을 태우고 다니다 보면 뒷자리에서 다투듯이 목소리가 커지는 경우가 있는데 주로 도로와 지명에 관해 서로 우기느라그랬다. 예를 들면 지나온 터널이 몇개였다는 둥, 아까 지나온 터널보다 금방 지나온 터널이 좀 더 길다는 따위의 사소한 것들이었다. 아버지가 돌아가신 후로는 휴게실에서 아버지를 기억해 떠올리고 한참 동안 그때 얘기를하신다. 91세의 나이에도 아직도 기억력이 좋은 걸 보면 다행이다 싶고 길가에 세워진 새로운 건물을 보면 호기심 많은 소녀처럼 물어본다 길을 잘못들어서 조용히 유턴해서 가려고 하면 금방 눈치채고 민망함에 꼭 한마디를 보탠다. " 음마, 아까 왔던 덴디?? " D-234 아내가 제안한 `제주도 여행`은 누나 식구와 의견 일치를 이뤄 정작 당사자인 어머니만 빼고 우리끼리 진행하기로 했다. 어머니에게 비밀에 부친이유는 미리 알았을 때 일어날 불상사때문이었다. 아마 알고는 절대 안 간다고 했을 것이다. 그리고 그전에 고령이기 때문이기도 했다. 주변에서 하룻 사이에 돌아가신 어른들을 보다 보니 건강이 걱정되기도 했다. 나이 드신 분들은 내년을 기약하지 못한다. 어찌 될지모른다. 고모도 그랬다. 그해 여름 복숭아를 보내드렸더니 달고 맛난 복숭아를 보내줘서 잘 먹었다고 연락이 왔다. 내년에도 사드린다고 했다. 하지만 그것으로 마지막이었다. 가을을 못 보고 돌아가셨다. 어머니에게 알리지 못한 이유는 혹여나 하는 마음 때문이었다. 미리 알려드렸다가 동티 날까 싶은마음이 있었다. D-9 일주일쯤 남겨두고 어머니에게 제주도 여행을 가자고 말씀드렸다. 준비는 다 끝났고 옷가지 몇 개만 챙겨서가면 된다고 말했다. 처음에는 안 간다고 완강하게 말했다. 막내인 나는 어머를 어머니라 부르지 못한다. 결혼 후 몇 년 지나서 호칭을 바꿔볼까 싶은생각에 `어머니`라고 부르면서 존대어를 써본 적이 있다. 하지만 `어머니`라고 부르는 순간 알았다. 그렇게 부르는순간 `울 엄마`가 사라지고 새어머니가 생겨나고 있음을. 그래서 나는 결혼 후 삼십 년이 지나도록 엄마와 너나들이를 하면서 존대어를 쓰지 않는다. 그걸 마치 막내의 특권인 것처럼 우기면서. 아직도 나는 반말로 떼를 쓰고 반찬 투정을 부리기도 한다. 그러니 어머니가 안 간다고 해도 나에게 말이 통할리 없었다. "돈 쓴디 머 하라 돌아 댕긴다냐?" " 걱정 말소. 제주도 사는 친구가 다예약해 부러쓴께요. 가방에 엄마 짐만챙겨서 여 불소." 나는 우격다짐하듯 말하고 미리 준비해 간 작은 캐리어를 놓고 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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골퍼의 양심과 ‘니버의 기도’누군가 당신의 ‘알까기’를 보고 있다. 오랜만에 동문 골프대회에 갔다. 한동안 못 갔는데 분위기를 잘 띄우던 후배 한 명이 보이질 않아 물었다. “걔??? 쪼잔해서 부르지도 않아.” “무슨??” “걔하고 공치다 보면 별별 일이 다 생겨. 미리 공을 흘려놓고 화단으로 간 공을 찾으러 가서는 돌아 나오면서 ‘여깄 ~다’하질 않나.” 얘길 들었는지 곁에 있던 후배가 거든다. “ ‘알까기’정도는 참고 넘어가. 문제는 자기가 안될 때 게임을 훼방 놔버려. 심지어 남의 공을 발로 차 버리기도 한다니까.” 골프에 관한 얘기를 하다 보면 빠지지 않고 나오는 ‘골프매너’에 관한 사례는 엇비슷하고 재미있지만 뒤끝은 씁쓸한 느낌도 있다. 아마추어 골퍼들끼리 내기하면서 벌어지는 ‘알까기’를 골프 룰에서 찾는다면 ‘오구 플레이’상황쯤으로 봐도 될 것 같다. 다른 골퍼의 공을 자신이 치는 것이라는 ‘오구 플레이’는 2 벌타가 주어지지만 다음 티잉 그라운드에서 스트로크 하기 전까지 오구 플레이에 대한 정정이 없는 경우 실격처리까지 되는 심각한 룰 위반이다. 얼마 전 ‘오구 플레이’로 중징계를 받은 윤이나 프로도 자신의 공이 아님에도 플레이를 계속했다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선수 생활에 타격을 입었다. 매 홀 내기를 하면서 라운드하는 아마추어 골퍼의 입장에서 이기고 싶은 욕망은 누구에게나 있을 것이다. 특히 샷이 잘 되지 않는 날이면 멀리건도 하나 받으면 좋을 것 같고, 스코어도 트리플 이상은 안 세면 좋을 것 같고, 아무도 안 보는 곳에서 실수한 어프로치는 타수에서 빼고 싶기도 할 것이다. ‘오구 플레이’와 더불어 자주 언급되는 ‘오소 플레이’가 있다. ‘오소 플레이’는 구제받은 볼을 드롭하는 과정에서 주로 발생하기도 해 뒤늦게 벌타를 받게 되는 경우도 종종 있다. 특이하게 그린에서 ‘오소 플레이’로 벌타를 받은 사례는 렉시 톰슨의 경우였다. 이 사건은 티브이 중계 도중 시청자의 신고로 밝혀졌다. 렉시 톰슨은 볼을 마크한 후 다시 퍼팅하기 위해 볼을 내려놓면서 위치를 살짝 옮겼는데 그 장면이 카메라에 잡혔다. 그 후 벌타를 받은 렉시 톰슨은 우승 경쟁에서 밀려 눈물을 흘려야 했다. 아마추어 골퍼들 사이에선 그린에서 벌어지는 ‘오소 플레이’를 ‘동전 치기’ 라고 부른다고 한다. 동반자들이 그린을 살피며 자신의 볼이 가야 할 방향을 살피고 있을 때, 퍼팅하느라 정신을 팔고 있을 때, 슬며시 자신의 볼 마커를 옮겨놓는 행위를 일컫는 말이다. 골프는 매 상황이 선택이지만 ‘오구 플레이’와 ‘오소 플레이’를 보면 골프에서 선택이 얼마나 중요한지 알 수 있다. 미국 PGA 투어 슈라이너스 칠드런스 오픈에서 두 번째 우승을 한 김주형 선수와 패트릭 캔틀레이의 마지막 홀 승부는 골프에서 선택의 의미를 생각하게 하는 경기였다. 김주형과 동타를 이룬 패트릭 캔틀레이의 티샷이 페어웨이를 벗어나 관목 사이로 갔고 공교롭게도 볼은 가지 사이에 걸려있었다. 그에게는 두 가지 선택이 있었다. 첫째는 언플레이어블 선언 후 그린을 보고 치는 것과 레이업 하는 것 그리고 두 번째는 가지가 부러지든 클럽이 망가지든 볼을 페어웨이로 꺼내는 것이었다. 첫 번째 선택은 파 이상의 스코어를 생각해야 하고 두 번째 선택은 어렵지만 성공한다면 파 세이브를 할 확률이 있었다. 김주형은 페어웨이에 잘 보낸 상태였다. 패트릭 캔틀레이는 ‘아이스 맨’ 이란 별명답게 포커페이스를 유지하며 캐디와 대화를 주고받았고 결국 가지 사이에 걸린 볼을 치기로 한다. 볼은 가지 사이를 빠져나오지 못하고 바닥에 떨어졌고, 진행자의 예측대로 우승은 김주형에게 돌아갔다. 패트릭 캔틀레이가 언 플레이어블을 선택했다면 확실한 2위를 했을 수도 있었겠지만 아무도 우승 경쟁을 하고 있는 선수의 무모한 선택을 나무라지 않았다. 골프가 잘 되는 날에는 선택이 비교적 순조롭다. 어떤 자신감인지 확신이 생기고 믿음이 있다. 그래서 클럽 선택도 빠르고 잡념도 없다. 하지만 무언가 망설여지는 날이면 선택도 느려지고 선택 후에도 확신이 생기지 않아서 실수를 하곤 한다. 골프는 선택으로 시작하고 선택한 후의 결과가 확실하다. 사람의 본성 중에는 자신의 잘못은 쉽게 눈 감고 타인의 실수에는 엄하게 지적하면서 쾌감을 느끼는 부분이 있다. 동반자들과 내기를 하다 보면 상대를 속이고 싶은 유혹도 생긴다. 간혹 아무도 본 사람이 없을 것 같은 순간이 오기도 한다. 어떤 선택을 할지는 골퍼의 양심에 달렸지만 ‘니버의 기도’가 해답을 줄지 모르겠다. 신이시여, 바라옵건대 제게 바꾸지 못할 일을 받아들이는 차분함과 바꿀 수 있는 일을 바꿀 수 있는 용기와 그 차이를 늘 구분할 수 있는 지혜를 주옵소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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골프에서도 '일어날 일은 일어난다'어떤 운동 종목이든 랭킹 간의 실력 차이를 극복하기란 쉽지 않다. 특히 상대적인 경기에서는 확연하게 드러나기 마련인데, 며칠 전 열린 한국과 브라질과의 축구경기를 통해서 그 차이를 실감할 수 있었다. 그래서 가끔 랭킹이 낮은 팀이 높은 팀을 이기면 `이변`이라고 하거나 `기적`이란 표현도 서슴지 않고 쓴다. 하지만 골프에서 랭킹은 불가해한 측면이 있다. 랭킹이 높은 선수가 꼭 이긴다는 보장이 없고 가끔은 아마추어가 프로를 이기는 경우도 있고 앞 대회 우승자가 이번 주 대회에서는 컷 탈락을 하기도 한다. 이런 현상이 일어나는 원인에는 여러 가지가 있겠지만 골프가 자연 속에서 치러진다는 점도 요인 중의 하나일 것이다. 예를 들면 오전에 플레이한 선수들과 오후 조의 선수들의 성적에 차이가 나는 경우가 있는데 이는 날씨가 성적에 미친 영향이라 할 것이다. 자연에서 치러지는 경기에는 여러 가지 변수가 작용하기도 하는데 무어라 딱히 말하기 곤란할 때 그것을 `운`이라고 말해야 하지 않을까. 예를 들면 슬라이스를 그리며 날아가 카트도로 옆 숲으로 날아간 공이 멀쩡하게 살아서 페어웨이에 놓여 있다든지, 벙커로 들어가던 공이 고무래에 걸려있다든지, 탑핑으로 잘못 친 어프로치가 홀컵의 깃대에 맞고 홀 옆에 서버리는 경험 정도는 아마추어라면 한 번쯤 하지 않았을까. 이런 `산천초목이 돕는 날 `아마추어 골퍼는 라베(라이프 베스트)를 친다고 한다. 프로 선수들도 비슷한 경험을 하는 경우가 있는데 이번에 미국 프로골프(PGA) 투어 AT&T 바이런 넬슨에서 타이틀 방어에 성공한 이경훈 선수는 우승 인터뷰에서 “디펜딩 챔피언 자격으로 대회에 출전하고 또 한 번 우승하기까지의 과정이 꿈만 같다, 이상하게 이곳에만 오면 마음이 편하다. 마치 (골프의) 신이 도와주는 듯 경기가 잘 풀린다”라고 말했다. 그는 이 대회 전까지 부진했지만 이 우승으로 그동안의 시름을 모두 날린 것 같다. 여러 가지 요인으로 골프 대회 우승자를 예측하기는 다른 스포츠 대회보다 훨씬 더 어려운 것 같다. 최근 열린 한국 프로골프(KPGA) 코리안투어 `데상트 코리아 먼싱 웨어 매치 플레이`, 한국 여자골프(KLPGA) 투어 `두산 매치 플레이 챔피언십` 대회만 봐도 모두 예상 밖이었다. 매치 플레이로 펼쳐진 두 대회에서 탑 시드의 선수는 모두 탈락했고 첫 우승자들이 나왔다. `데상트 코리아 먼싱 웨어 매치 플레이`의 우승자는 박은신 선수였고 프로선수 데뷔 12년 차였다. `두산 매치 플레이 챔피언십`대회 우승자는 홍정민 선수였는데 디펜딩 챔피언 박민지 선수를 8강에서 이기고 결승에 올랐고 거침없는 신인 이예원 선수에게 16번 홀까지 끌려가다 두 홀의 승리로 우승을 거머쥐었다. 장갑 벗을 때까지 알 수 없는 승부는 미국 프로골프(PGA) 투어에서도 일어났다. 미국 프로골프(PGA) 투어 `찰 슈왑 챌린지`에서 3라운드까지 11언더파를 친 스코티 세플러는 5승을 눈앞에 두고 있었다. 마지막 날 7 언더파를 몰아친 샘 번스가 9 언더파로 경기를 먼저 마쳤다. 하지만 많은 전문가의 예상은 스코티 세플러의 5승과 2위와의 타수를 몇 타 차이로 승리할 것인지에 쏠렸다. 그는 세계랭킹 1위고 올해만 4승째를 거두고 있었다. 그리고 3 라운드 마지막 18번 홀에서 먼 거리의 버디를 성공시켜서 최상의 컨디션일 거라고 짐작하고 있었다. 하지만 마지막 라운드에서 스코티 세플러는 2 오버파로 라운드를 마감했고 결국 샘 번스와 연장전에 돌입했다. 승리의 저울은 연장전에서 한쪽으로 기울 수밖에 없는 상황이었다. 18번 홀(파 4)에서 열린 연장전에서 샘 번스의 두 번째 샷이 그린을 넘어가 프린지에 놓여있었다. 그린 밖에 놓인 상태에서 버디 퍼트를 시도하는 샘 번스의 신중하고 조심스러운 행동이 화면에 잡혔다. 11.5m의 긴 거리였다. 프린지를 통과한 공은 매끄러운 그린을 타고 흐르더니 홀로 떨어졌다. 극적인 승부가 끝나는 순간이었다. 3라운드까지 샘 번스의 우승을 예상하지 못했지만 의외의 결과였다. 골프 대회의 승자는 이처럼 속단하거나 확신하기도 어렵지만 어떨 때는 마치 누군가 점지한 것처럼 일어나기도 한 것 같다. 물리학자들에게 경구 같은 문장이 있는데 `일어날 일은 일어난다`가 그것이다. 물리학자 박권 교수가 쓴 책의 제목으로도 유명한 이 문장은 양자 물리학을 인간관계에 확산하면서 `만날 사람은 만난다`라는 말의 이론적 증거처럼 함 께 쓰이기도 한다. 골프 대회의 우승 순간을 보면서 `일어날 일은 일어난다`라는 말을 새삼 떠올리게 되는 것은 그것이 누군가의 기획에 의해 계획된 것이 아니라 어쩌면 그 순간을 위해 노력해온 선수의 땀과 열정과 시간이 만든 파동이 아니었을까 하는 점이었다. 그리고 그 파동은 남모르게 흘린 땀과 눈물의 결정체가 아니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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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콩을 치는 골퍼’‘연습 벌레’ 라고 불릴 정도로 성실하고 열심히 연습장을 나오는 친구가 있었다. 이 친구의 연습 강도는 남 달랐는데 한 번 시작하면 끝날 때까지 쉬는 법이 없었다. 사람들은 간간히 담배를 피우거나 차를 마시기 위해 모여 잡담을 하다 시간을 허비하기도 하지만, 자신에게 부여된 시간을 남김없이 연습하는데 쓰는 친구였다. 하루는 연습하다 땀을 닦으려고 클럽을 쥐고 있던 왼손을 펴려는데, 손가락이 움직여지지 않고 그립에 붙어버린 느낌이 들더라고 말한 적이 있다. 조개에 달라붙은 불가사리처럼 손가락이 그립을 움켜쥐고 있어 오른 손가락으로 하나씩 하나씩 떼어놓았다고 말하면서 계면쩍게 웃었다. 한 번도 연습 시간을 허투루 낭비하지 않는 친구였다. 한 동안 연습장에 안 보여 무슨 일이 생겼나 했는데 시골로 발령이 났다고 했다. 워낙 골프를 좋아하는 사람이라 시골에서도 그냥 지내지는 않았을 것 같아 물었더니 ‘역시나’ 였다. 발령 난 곳이 바닷가에 가까워서 점심 식사 후에는 백사장에서 ‘벙커 샷’연습을 하고 일과가 끝나면 실내에서 연습을 했는데, 사무실 바닥에 의자에 깔던 대나무 방석을 놓고 시장에서 사 온 콩을 치는 연습을 했다고 했다. 콩을 맞추는 연습은 아이언의 다운 블로를 확실히 느낄 수 있고 임팩트 순간의 감을 찾을 수 있어 좋았다고 부연해 주었다. 고대 그리스의 철학자 헤라클레이토스는 ‘사람들은 같은 강에 발을 담그지만 흐르는 물은 늘 다르다’는 말을 했다. 그 말을 처음 들었을 때 인생에 대한 깊은 성찰과 흐르는 시간 속에서 삶을 대하는 태도에 관해 생각하게 되었다. 어느 날 연습장에서 빈스윙을 하는데 이 말이 생각났다. 주변을 둘러보니 조금 빠르고 느리다는 개인차는 있을지언정 각각 일정하게 자신의 루틴을 지키며 사람들이 스윙에 몰입하고 있었다. 연습장에서는 일정한 방향을 설정하고 같은 스윙을 해보지만 칠 때마다 매번 다른 느낌이 들었다. 평평한 연습장 매트에서 같은 클럽으로 매번 같은 마음으로 같은 스윙을 하면서 같은 결과가 나오길 기대하지만 꼭 같은 결과는 나오지 않았다. 헤라클레이토스가 했던 말은 인생을 강에 비유했던 명언이지만 골프에 적용하면 이렇게 될 것 같다. “사람들은 매번 같은 스윙을 하지만 느낌은 늘 다르다.” 골프 라운드를 할 때는 머릿속이 혼미해서는 안된다. 좀 전에 잘못 친 샷을 머릿속에 갖고 있어서는 안 된다. 흐르는 물이라고 생각해야 한다. 늘 새로운 강물이 오고 그 강물에 발을 적신다고 생각해야 한다. 흘러간 물을 떠올려서는 안 된다. 다가오는 상황은 새롭고 처음이고 다시 시작한다고 생각해야 한다. 매 홀마다 비슷한 경우는 있어도 꼭 같은 상황은 없다. 스스로에게 자신감과 집중할 기회를 주어야 한다. 그럴 때 확신이 생긴다. 자기 확신이 강한 사람들이 대개 그렇지만 스스로에 대한 믿음으로 무장하게 된다. 자신에 대한 믿음만큼 중요한 것이 있을까. 그럴 때 골퍼는 명쾌해진다. 망설임이 없이 확신에 찬 샷과 스트록을 하게 된다. 드라이버는 명징한 소리를 내고 그린은 명료해지기 때문이다. 나에게 골프를 가르쳤던 선생님은 ‘모든 스윙은 같다. 퍼팅은 가장 작은 스윙이다.’ 라고 말했다. 항상 이 말을 가슴에 담았다. 퍼팅을 할 때도 드라이버를 칠 때도 리듬과 템포만 생각했다. 그 이상의 기술적인 부분은 따로 연습장에서 논의했지만 ‘모든 스윙은 같다’고 마음속으로 정리하고 나면 마음이 편해지고 두려움이 사라졌다. 연습을 열심히 하던 친구는 로우 핸디 골퍼가 되어있지만 지금도 여전히 연습 중이다. 그가 친 것이 콩이었는지 솔방울이었는지는 알 수 없다. 그리고 그립을 쥐고 있던 손가락을 떼어 내면서 무슨 생각을 했는지 알 수없다. 하지만 분명한 것은 움켜쥐고 있었다는 것이고, 그것이 삶이기도 골프이기도 하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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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령 골프를 아시나요”은행나무가 자신의 발치에 노란 잎들을 떨구고 가을을 증거 하는 날이었다. 11월은 인디오 달력에서 ‘모두 다 사라진 것은 아닌 달’ 이다. 아직 멀리서 보면 잔디의 푸르름도 느껴지고 곱게 물든 단풍이 앞산의 풍경을 가깝게 보이게 하는 날 라운드를 했다. 골프는 누구와 치느냐에 따라 많은 것이 달라진다. 이성보다는 동성끼리가, 나이 차이가 나는 동반자보다는 비슷한 또래끼리가 더 치열하고 재미있다. 오랜 친구들과 라운드를 하다 보면 재미있는 대화가 많이 오간다. 특히 유쾌한 친구들이 있으면 라운드의 재미는 배가 된다. 첫 번째 홀로 이동하기 위해 카트에 모두 오르자 구력이 오래된 친구는 한 마디 한다. “골프는 몇 명이 치는 운동입니까?” 우리는 선생님 말에 대답하는 유치원생처럼 일제히, “다섯 명” “네 맞았습니다. 골프는 캐디 언니를 포함한 다섯 명이 하는 운동입니다.” 이렇게 분위기를 뛰워서 동반한 캐디가 어색해하지 않도록 선수를 친다. 그래서 매 홀마다 웃음이 그치지 않고 즐겁게 라운드를 할 수 있도록 유도한다. 골프 내기는 `뽑기`를 하는 명랑 골프로 하면서 서로를 후하게 배려해 준다. 가끔 멀리건을 쓰곤 하는데 그럴 땐 이렇게 말을 한다. “멀리건을 쓰고 싶을 땐 말을 하지 마, 애잔한 눈빛으로 캐디 언니의 눈을 3초간 바라봐. 딱 3초야” 이 말을 들은 캐디는 웃고 만다. 그 친구는 드라이버를 잘못 쳐서 맨 먼저 카트에서 내려도 우드나 유틸리티로 맨 먼저 파온을 시킨다거나, 홀로 파온을 못하고 헤매고 다니다가도 단 한 번의 샷으로 컨시드를 받거나 홀에 떨어뜨리기도 한다. 그래서 스코어는 파 아니면 보기다. 화려하거나 요란스럽지 않고 일정하게 스코어를 유지하는 그를 보고 묻는다. “골프를 27년 정도 치니 느는 것은 눈치와 요령 뿐이네.” 우리는 함께 웃고 만다. 뒤땅을 쳐서 그린에 못 미치면 “인생은 속도가 아니라 방향이네.”하고 위안을 주고 오르막 퍼트에서 홀에 이르지 못하면 “아마추어의 90%는 오르막 퍼트를 지나가게 치지 못한다네.” 하며 위로해 준다. 2단 그린에 뒷 핀인 홀이었다. 모두 2단에 올리지 못해 경사면 아래에서 힘든 퍼팅을 해야 하는 상황이었다. 한 친구가 퍼팅한 공이 너무 쎄 홀을 훌쩍 지나 그린 뒤편 프린지까지 가버렸다. “장모님이 사위 힘 좋다고 좋아하시겠어.”하자 곁에 있던 캐디가 거든다. “남자다 ~잉~.” 남도 특유의 구성진 억양에 모두 웃으며 라운드를 마쳤다. 골프는 감정의 흐름에 따라 샷이 좌우되기도 하는 민감한 운동이다. 감정은 사람을 자극하기도 한다. 맘대로 공이 날아가지 않아, 뜻대로 몸이 돌아가지 않아서 화가 나기도 한다. 원인은 자신에게 있지만 주변의 탓으로 돌리고 싶은 것은 인간이 이기적이기 때문이다. 자신의 잘못도 누군가의 탓으로 돌리고 나면 편해지는 구석이 있다. 엄격하게 룰을 따지면서 내기 골프를 해보면 감정에 쉽게 지배당하는 자신을 발견하기도 한다. 매홀마다 내기를 하면서 승부를 가리다 보면 경기 외적인 요소가 많이 작용해서 감정소비가 많다. 내기를 하면 승부에 집착하면서 이기고 싶은 인간의 본성이 드러나기도 한다. 그러다 보면 실수를 하기도 한다. 안 해야 할 말이나 행동을 해서 상대방에게 상처를 주기도 하고 좋았던 관계를 한 순간에 무너뜨리기도 한다. 인도의 속담에는 그런 말이 있다. “아는 사람이 잘못되면 눈물이 난다. 아는 사람이 잘되면 피눈물이 난다.” 나는 이 말이 인간의 본성 중의 한 면을 꿰뚫어 보는 무서운 말이라고 생각한다. 그래서 내기 골프를 할 때면 이 말을 가슴에 담고 시작한다. 나에게도 분명 상대를 시기하고 질투하는 마음이 존재한다. 같은 곳으로 날아간 공이 동반자는 나무를 맞고 살아 돌아오고 내 공만 오비가 되었을 때도 그렇고, 동반자의 버디와 나의 트리플 보기 상황이 그렇다. 하지만 그럴 때면 인도의 속담을 떠올리고 마음을 가라앉힌다. 그리고 목생(木生)한 동반자에게 엄지를 들어 보이고, 버디 한 사람에게 물개 박수로 기뻐해 준다. 골프 인구가 많아지면서 부킹은 더욱 힘들어질 것이다. 스트레스받지 말고 골프를 즐길 일이다. 모처럼 찾은 아름다운 정원에서의 산책을 쓸데없는 감정소비로 허비하기에는 그린피가 비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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퍼팅은 마술이다.몇 년 전이었을까. 롱 퍼터를 든 아담 스캇이 그린 위로 올라오는 장면을 보고 눈을 떼지 못한 적이 있었다. 수려한 용모와 큰 키에 어울리는 긴 퍼터는 전사의 긴 창처럼 그를 돋보이게 했다. 퍼터를 들고 그린 위로 오르는 선수를 보다 보면 마지막 혈투를 앞둔 글레디에이터처럼 느껴질 때가 있다. 많은 아마추어 골퍼들은 골프의 묘미를 알기 시작하면서 스코어에 집착하게 된다. 그래서 타수를 줄이기 위해 하는 연습법으로 100m 이내의 샷과 50m 이내의 어프로치샷을 통해 홀에 붙이고자 시간을 많이 쏟는다. 하지만 가장 중요한 그린 플레이에는 조금 등한시하는 편인데 그것은 연습장의 환경과 퍼팅 연습이 주는 지루함 때문일 것이다. 퍼팅 연습은 골프에서 가장 따분하고 시간에 비해 지루하고 길게 느껴지곤 한다. 특히 혼자 연습할 때는 더욱 그렇다. 그래서 선수들도 삼삼오오로 떼를 지어 연습을 하는데 바닥에 스틱을 놓고 정렬하는 연습과 메트로놈을 켜놓고 퍼팅 스트로크와 리듬에 집중한다고 한다. 우리나라 프로 야구는 정규시즌의 경기가 끝나면 순위에 따라 플레이 오프를 거쳐 한국 시리즈에서 최종 승자를 결정한다. 정규시즌의 대미를 장식하는 `왕중왕`을 뽑는 이 대회는 그래서 팬들의 많은 관심을 받는다. 프로 골프 역시 비슷한 방식으로 최고의 선수를 결정하게 되는데 미국 프로골프대회(PGA)도 지난 주가 플레이오프 시즌을 치르는 주간이었다. PGA 투어 플레이오프 2차전 BMW 챔피언십 대회에는 한국 선수인 임성재, 김시우, 이경훈 선수가 출전했다. PGA 투어 플레이오프 2차전 BMW 챔피언십 대회에서는 플레이오프 1차전 노던 트러스트 대회처럼 연장 승부가 펼쳐졌다. 1차전 노런 트러스트 대회의 연장 승부가 캐머런 스미스의 티샷 실수로 토니 피나우의 조금은 싱거운 승리였다면, 2차전 BMW 챔피언십 대회는 한 치 앞을 내다볼 수 없는 긴장감 속에 치러진 명승부였다. 마지막 18번 홀에서 6.6m의 버디를 먼저 성공해서 27언더파로 동타가 된 페트릭 캔틀레이는 브라이슨 디셈보가 남겨놓은 3.8m의 버디 퍼트를 기다려야 했다. 브라이슨 디셈보의 버디 퍼트가 홀에 떨어졌다면 둘째 날 12언더파의 괴력이 상기될지도 모르는 순간이었다. 하지만 골프의 신은 냉혹했고 공은 홀에 떨어지지 않았다. 승부는 연장으로 들어갔다. 연장 승부는 먼저 파 4홀인 18번 홀에서 시작하고 승부가 나지 않으면 파 3홀인 17번 홀로 옮겨서 치르게 된다. 일몰 전까지 두 개의 홀을 오가면서 승부를 가른다. 중계를 하는 아나운서와 해설자는 두 사람을 비교하면서 여러 측면에서 상세하게 설명해 주었는데 두 사람의 거리 차이는 두 클럽이나 세 클럽의 차이라고 했다. 350야드의 드라이버샷을 보내는 브라이슨 디셈보와 310야드 안팎의 패트릭 켄틀레이는 외견상 보이는`거리의 게임`에서 디셈보의 완승이 분명하지만 캔틀레이는 그린 주변의 숏게임 능력이 1위라고 알려준다. 헌팅캡을 쓰고 헐크처럼 부풀어 오른 근육질의 몸으로 자신의 스윙을 만들어내 `똑바로 멀리 치는`브라이슨 디셈보와 차분해 보이는 인상으로 표정의 변화를 잘 드러내지 않는 페트릭 켄틀레이의 연장 승부는 로마시대의 검투사의 대결 같았다. 한쪽이 다혈질의 화끈한 공격형의 성향이라면 다른 한쪽은 파워에서는 밀리지만 지능적으로 치고 빠질 것 같은 수비형의 성향을 가진 선수간의 대결 같았다. 18번 홀 뒤편으로 콜로세움처럼 관객석이 자리 잡고 있고, 멀리 키 큰 나무가 줄지어 서서 내려다보고 있었다. 두 명의 글래디에이터가 자신의 무기를 손에 들고 그린으로 올라오고 있었다. 각자 믿는 골프의 신이 있다면 이 냉혹한 승부에 마침표를 찍어달라고 간절히 빌었을 것이다. 한 치의 물러섬도 없는 승부는 연장 6번째까지 계속되었지만, 어쩌면 2번째 연장에서 브라이슨 디셈보는 승부를 결정지었어야 했다. 상대의 파 퍼트보다 짧은 1.9M의 버디 퍼트를 남겨놓았을 때 갤러리를 비롯한 시청자들은 브라이슨 디셈보의 우승을 생각하고 있었다. 퍼팅 그립을 암록 스타일로 잡은 디셈보의 공이 왼쪽 홀을 타고 옆으로 흘렀을 때 탄식의 한숨소리로 스타디움의 어느 면이 사라져 버려도 모를 것만 같았다. 흥분한 브라이슨 디셈보가 티샷을 페널티 구역에 빠뜨렸을 때, 패트릭 캔틀레이는 여전히 부드럽게 자신의 스윙을 했지만 승부의 추가 자신에게 기울었다고 잠시 생각했을지도 모른다. 디셈보가 페널티 구역에서 쓰리온 원 퍼트로 마감하기 전까지는. 페널티 구역에 빠졌지만 파로 마감한 브라이슨 디셈보는 상기된 표정이었다. 17번 홀 186야드의 파 3홀에서 피칭웨지로 승부에 쐐기를 박을만한 샷을 하고 뿌듯해하고 있었다. 아나운서도 해설자도 모두 흥분했고 완벽한 샷이라는데 이견이 없었다. 7번 아이언의 패트릭 켄틀레이는 서두르지 않았고 표정은 알 수 없었다. 날아간 공은 조금 전 브라이슨 디셈보가 친 공과 홀 사이에 떨어졌다. 모두가 눈을 의심하는 순간이었다. 공 두 개는 홀 옆에 일직선으로 서있었다. 17홀에서 이 광경을 본 갤러리들은 서둘러 18번 홀로 이동하고 있었다. 일몰의 시간이 다가오고 있었지만 자리를 뜨는 사람은 보이지 않았다. 마지막 6번째 연장에서 승부가 갈렸다. 패트릭 캔틀레이는 5.2m의 오르막 퍼팅이었고 그보다 짧은 브라이슨 디셈보의 퍼팅은 내리막이었다. 먼저 퍼팅을 성공한 패트릭 캔틀레이는 주먹을 불끈 쥐었다. 브라이슨 디셈보의 공은 끝내 홀에 떨어지지 않았다. 외줄 타기처럼 위태롭고 긴장된 한 시간 반의 연장 승부가 끝나는 순간이었다. 350야드를 넘나드는 비거리로 `골프의 쇼`를 보여준 브라이슨 디셈보는 패트릭 캔틀레이에게 `거리의 싸움`에서는 압도했지만 정작 승부를 결정짓는 퍼팅에 발목이 잡혔다. 패트릭 캔틀레이는 맷집 좋은 복서처럼 디셈보의 강타를 블로킹하며 버티다 자신에게 온 기회를 놓치지 않았다. 거리의 게임인 골프에서 장타자가 유리한 것은 사실이지만, 경우의 수가 다양한 이 게임의 마지막을 장식하는 것은 퍼팅이다. 골프에서 승부를 결정짓는 소리는 공이 홀컵에 떨어지며 내는 소리다. 그 소리는 관중의 함성과 함께 온다. 그린 주변에서 플레이를 잘하는 사람을 아마추어 사이에서는 `설거지`를 잘한다고 말한다. 파온을 해서 버디 퍼트를 할 수 있는 기회를 가진다면 더할 나위 없이 좋겠지만 아마추어 입장에서 자주 오는 기회는 아닐 것이다. 우여곡절 끝에 그린에 올라왔어도 `설거지`를 잘하는 사람은 좋은 스코어를 유지한다. 퍼팅은 마침표다. 그리고 마술이다. 그린에서 자신의 공을 사라지게 하는 마술이다. 가을이 오는 그린에서 마술사가 돼보는 것은 어떨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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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THE OPEN ' 누구나, 아무나 허락하지 않는 땅.' 디 오픈 '(THE OPEN)은 가장 오래된 스포츠 경기다. 작년에는 코로나 영향으로 열리지 못했지만 올해 2021 년에 열린 149회 대회는 갤러리들의 함성 속에서 치러졌다. 아마 재난이나 전쟁 때문에 열리지 못한 기간까지 합산해서 계산한다면 이 대회의 횟수는 더 많을 것이다. 역사는 기록으로 남아 알려진 것만큼 기록되지 않아 잊힌 것도 그만큼 많으니까. 골프의 고향이라고 불리는 스코틀랜드와 잉글랜드에서 번갈아 열리는 이 대회를 보면 골프의 원시적인 면모를 확인할 수 있다. 나무 한 그루 없는 허허벌판의 링크스 코스, 목동들이 비와 바람을 피했을 항아리 벙커, 암초가 없는 깨끗한 바닷길이라는 페어웨이, 목동과 함께 양을 지키던 양치기 개들의 다리에서 유래했을 법한 도그렉 등. 바닷가의 해안선을 따라 만들어진 링크스 코스를 보면 자연과 시간의 힘을 느낄 수 있다. 파동을 일으킨 물결처럼 결을 이룬 페어웨이와 깊고 가지런히 자란 러프, 옆 홀과 경계를 이루는 완만한 능선의 언덕까지. 마치 신들의 놀이터 같다는 생각이 든다. 이곳에서 고대의 신들끼리 모여서 게임을 하지는 않았을까. 북유럽의 신과 지중해의 신이 만나기 적합한 중간 지역인 브리타니아에서. 북유럽의 신 오딘은 로키, 토르, 티르, 프리그를 이끌고 서리 거인을 갤러리로 데려왔을 것이다. 지중해의 제우스는 선수층이 두터워 고민을 거듭하다 마르스에게 맡겼을 수도 있다. 물론 갤러리는 자신이 사랑한 여신들로 채웠을 것이다. 이런 막연한 상상은 ' 디 오픈 '이 열리는 링크스 코스가 골프의 유래부터 전통과 역사를 간직하고 있기 때문일 거다. 그곳에 어떤 원초적 기운이 있을 것 같은 느낌이 들기 때문이다. 아마추어 골퍼끼리 라운드를 하면서 내기를 할 때면 이런 질문을 하는 사람이 있다. " 뒤를 막고 할까요? 트고( OPEN )할까요? " 보통의 경우 아마추어의 스코어는 파 3에서는 6타, 파 4는 8타, 파 5는 10타까지만 세고, 두 배로 쳤다는 의미로 '더블 파'라고 한다.' 더블 파'이상 스코어를 세지 않고 홀을 끝내는 이유는 진행을 빨리하려는 골프장과 두 자릿수 이상의 숫자를 기록하고 싶지 않은 골퍼의 욕심이 맞아떨어진 결과이지 않을까 싶다. 이처럼 '더블 파'이상의 숫자를 기록하지 않는 것을 뒤를 막는다고 한다. '트고( OPEN )한다'는 것은 선수들처럼 홀인할 때까지 한다는 걸 말한다. 스코어의 숫자는 로마 표기법을 따르는데 발음도 어렵고 외우기도 쉽지 않다. 트리플 이상을 쓰고 외울 수 있다면 골프학을 전공한 분(?)쯤으로 봐야 할 것이다. 로마 숫자가 어원인 단어로 우리에게 친숙한 것들은 영어로 된 달의 이름에서 찾을 수 있다. 로마의 초대 왕이었던 로물루스 뒤를 이어 왕에 오른 누마는 먼저 달력을 개혁했다고 한다. 그때까지만 해도 전쟁의 신 마르스가 어원인 'march'가 1월이었다. 농경문화를 기반으로 하는 로마는 봄이 농사를 시작하는 중요한 시기여서 'march'를 3월로 옮기게 되자 뒤를 이은 달은 그대로 따라올 수밖에 없었다. 훗날 줄리어스 시저와 초대 황제였던 아우구스투스가 7월과 8월에 자신의 이름을 붙이긴 했지만 말이다. 그래서 'september', 'october', 'november', 'december'는 로마 숫자로 '일곱 번째'~ '열 번째'라고 한다. 2020년 84회 마스터스 골프 토너먼트에서 타이거 우즈가 12번 홀 파 3에서 기록한 셉튜플 보기(septuple bogey. 7 오버파)는 그렇게 9월(september)과 연관이 있다. 우리나라는 산악지형이 많아 대부분의 골프장이 산속에 자리한다. 각 홀은 우거진 숲과 나무로 둘러싸여서 탁 트인 페어웨이가 하늘과 태양을 온몸으로 받아들인다. 어떤 홀은 나무 그늘로 시원하고 그린은 조명을 받고 있는 무대처럼 보이기도 한다. 이처럼 산속에 조성된 코스는 집중도가 있다. 그림에서 소실점을 찾듯이 그린이 타깃으로 다가오기 때문이다. 그늘 한 조각 찾을 수없는 링크스 코스는 푸른 사막처럼 보인다. 하늘과 땅, 빛과 어둠, 구름과 비 그리고 무지개와 바람까지 모든 자연이 어우러져있지만 산속의 그것처럼 압도하지 않고 자유롭고 산만하다. 황량하고 쓸쓸할 것 같은 링크스 코스, 바람이 비를 몰고 오고 어느 순간 찬란한 태양이 순결하게 비추기도 하는 그곳에서 ' THE OPEN '이 열린다. ' THE OPEN '은 모두에게 개방하는 대회다. 아마추어부터 프로까지 참여해서 실력을 겨루고 국적이나 인종, 나이나 경력을 따지지 않는다. 올해 2021 년에는 링크스 코스를 두 번 경험한 콜린 모리카와가 클라레 저그를 들어 올렸다. ' THE OPEN '은 골프의 역사를 찾아 떠나는 시간여행 같은 대회라고 생각해본다. 가장 오래된 골프대회라는 명성에 걸맞게 탯자리 같은 터를 찾아서 대회가 치러지기 때문이다. 그 오랜 땅에는 기록으로 남아있지 않은 묻혀있는 얘기가 있을지 모른다. 어쩌면 신들이 다퉜을 대화가, 목동의 피리 소리가 떠돌고 있을지도 모를 일이다. 대회가 열리는 동안에 그 열린 공간으로 모여들지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