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05.14 (화)
동물의 왕국에서 최상위 포식자가 느긋하게 하품을 하며 어슬렁 거리며 걷는 것을 보았다. 아무것도 거리낄 것 없이 느리지만 자신감 있어 보이는 수사자의 걸음. 그가 걷고 있는 모습을 보면서 사람보다 동물 같은 느낌을 받는 건 나만의 착각일까. 결국, 193cm의 큰 키로 오거스타를 휘젓고 다니던 더스틴 존슨은 2020 마스터스의 그린 재킷을 입었다. 코로나 19 대유행으로 가을에 개최되는 2020 마스터스 토너먼트 대회는 디펜딩 챔피언 타이거 우즈가 대회 2연패를 달성하고 투어 최다승을 경신할 것인지 이목이 집중되었다. 하지만 ...
골프 연습장을 가면 스윙 연습을 하는 타석은 꽉 차 있어도 퍼팅 연습을 하는 그린 위에는 사람이 거의 없다. 그래서일까, 골프연습장의 그린은 주차장 한편이거나 구석진 곳에 있기도 한다. 내가 다니는 연습장도 예외는 아니어서 산그늘이 만들어지는 한적한 곳에 조성되어있다. 여름 아침마다 새들의 지저귐이 부산스럽기도 했는데 계절이 바뀌면서 둥지를 떠났는지 한결 조용해졌다. 퍼팅 연습을 하면서 집중하고 있는데 ‘툭, 툭’하며 돌을 던지는 것 같기도 하고, 돌을 굴리는 듯한 소리가 숲에서 들려온다. 애써 외면하고 그린 스피드에 맞춰 리듬과...
골프 중계를 처음 봤을 때가 생각납니다. 골프 용어도 겨우 외우기 시작할 때 아나운서나 해설자의 설명을 들으며 상황을 이해하려고 애를 썼습니다. 그 많은 선수의 이름은 도저히 외울 엄두도 나지 않았죠. 겨우 타이거 우즈나 필 미컬슨 정도 기억하는 수준이었으니까요. 그건 축구나 야구의 유명선수의 이름을 외는 정도의 상식 같은 것이었습니다. 미국 네바다주 라스베이거스 쉐도우 크릭 골프 코스에서 열린 미국 프로골프(PGA) 투어 더 CJ컵 대회를 티브이를 통해 아내와 보면서 감회가 새로웠습니다. 작년 이맘때 제주도에서 열린 CJ 나인...
유프라테스강 유역에서 문명을 일군 바빌론의 사람들은 하늘에 저수지가 있다고 생각했는데, 하늘을 지키는 야훼의 노여움이 극에 달하면 저수지 수문을 열어 비를 쏟는다고 믿었답니다. 일종의 신의 경고인 셈이죠. 옛사람들의 하늘 숭배의 단면을 보여주는 것 같습니다. 그런데 하늘 저수지에도 물고기가 살고 있지 않을까요? 그리고 그 하늘 저수지의 물고기가 내려와 바다로 간 건 아닐까요? 어쩌면 사람들이 자는 사이에 비와 함께 내려와 냇가를 지나 바다로 갔는지도 모릅니다. 크게 자란 참고래는 오래전 내려와 깊은 바닷속에서 몸을 숨기고...
홀을 시작할 때 평평하게 잘 단장된 곳에서 티샷을 하게 되는데 이곳을 티잉 그라운드라고 한다. 예전에 골프를 배운 분들은 이곳을 티 박스라고 부르기도 한다. 티가 개발되기 전에는 바닥에 모래를 깔고 공을 올려놓은 다음 티샷을 했다고 하는데 모래를 담아둔 박스가 비치된 이곳을 티박스라 불렀다고 한다. 우리나라 골프장은 대부분 산악 지형에 조성돼 고저차가 심하다. 그래서 티잉 그라운드에서 페어 웨이를 내려다보고 치는 경우가 많은데 어떤 골프장은 마치 제단처럼 잘 정돈된 모양으로 층을 이루고 있다. 가장 먼 거리부터 블랙, 블루, ...
목욕탕에 갈 때는 아무리 사랑하는 사이라도 헤어져야 한다. 설령 그것이 가족이라도 예외일 수없다. 아버지는 아들을 어머니는 딸을 데리고 남녀가 나뉘는 층에서 헤어진다. 샤워부스에서 차가운 물을 맞고 있는데 옆자리에서 소리가 난다. "아빠 아파. 아빠 손은 살이 없나 봐" 초등학생쯤 되어 보이는 아들을 거품 낸 타올로 문지르는 아빠는 무척 열심이다. 아들은 투정을 부리는데 아빠는 거품이 몸에 튄지도 모르고 팔을 들어 닦는데 여념이 없다. 반대편 앉은뱅이 의자가 있는 샤워 부스 쪽에는 어깨가 축 쳐진 노인 한 분이 무연한 표정으로...
전반홀이 끝나갈 무렵 안개처럼 비가 묻어나고 있었습니다. 승부는 크게 갈리지 않았고 아직 복수를 하지 못한 후배의 전의를 불태우는 말투에는 의욕이 넘쳐나고 있었습니다. "이제 끝까지 가는 겁니다" 그늘집 옆은 후반홀을 시작할 카트가 모여서 대기하는 곳입니다. 다음 홀로 갈 카트들이 순서대로 줄을 지어 서있기 마련입니다. 우리가 그곳으로 갔을 때 대기한 카트가 없었습니다. 이제 내리기 시작하는 비 때문에 미리 짐을 꾸리나 봅니다. 앞산 풍경은 구름과 안개에 싸여서 마치 선경을 보는 듯합니다. 비 오는 날이나 비가 갠 여름날 풍경은...
장마가 지나가고 있나 봅니다. 조금 후덥지근 하지만 하루 종일 햇빛이 내리쪼인 날이었습니다. 저녁을 먹기 위해 길을 걸었습니다. 오래된 골목길로 들어갑니다. 단독 주택으로 이루어진 마을입니다. 아파트도 하나 보이지 않고 기와집이나 이층 양옥이 전부인 동네입니다. 오래된 마을이고 집과 집을 가르는 담이 정겨운 골목길을 만들어 줍니다. 길가에 나온 제라늄 화분이 짙은 보라색을 칠한 것처럼 보입니다. 공터에 해바라기가 익어가고 수석원의 감나무에는 매실처럼 작은 감이 탱글 거리며 달려있습니다. 배롱나무의 붉은 꽃이 아직 어둠에 물들지 않고...
♬ starey starey night paint your palette ♪ blue and grey Look out on a summer’s day with eyes that know....♪ 돈 맥글린의 감미로운 목소리가 들려오는 (빈센트)는 `별이 빛나는 밤`이란 그림을 그린 빈센트 반 고흐를 회상하는 노래입니다. 70~80년대에 학교를 다니셨던 분들은 `별이 빛나는 밤`이란 문장만 들어도 가슴이 설렐지 모릅니다. 그 시절 유명한 라디오 프로그램이었고, 목소리에 공명을 내면서 나직하게 노래를 선사해주던 이종환이란 ...
오래된 골프장에 가보면 들어가는 입구부터 한 자리에서 오랫동안 골프장을 지켜온 나무들을 만나곤 한다. 주로 허리가 길쭉하게 잘빠진 소나무가 주류를 이루는데 골프장 조성 시 산에서 자라던 향나무나 느티나무나 팽나무를 그대로 보존해 놓은 곳도 있다. 나무는 링크스 코스를 표방하는 골프장을 제외하곤, 홀과 홀을 연결하는 카트도로변이나 홀을 시작하는 티잉 그라운드 옆에서 만날 수 있다. 티잉 그라운드 옆에 서있는 나무는 마치 홀을 관장하는 수문장처럼 자리하고 있는데 한 여름엔 그늘을 만들어 햇빛을 피하기도 하고 홀을 바라보며 사진을 찍는...
익스트림 스포츠나 숨이 턱턱 막히는, 격렬한 운동을 좋아하는 사람들은 골프는 운동이 아니라고 말한다. 그럴지도 모른다. 영어식 표현으로 `play`를 사용하면 활동적이고 격렬한 운동이라고 생각했는데 그건 아니었다. 스코틀 랜드 출신 원어민 영어 선생님은 'play'와'do'의 쓰임을 설명하면서 요가. 수영. 승마. 사이클은 'do'를 축구. 야구 배구. 골프에는'play'를 사용한다고 말했다. 그 이유로 'play'는 게임을 할 수 있어야 한다고 했다. 체스나 바둑도 게임을 하기에 'play'를 쓴다고 덧붙여 주었다. ...
스타벅스 매장에 가면 녹색의 원안에 별 왕관을 쓴 여인이 그려진 로고를 볼 수 있다. 이 별 왕관을 쓴 여인은 호메로스의 ‘오디세이아’에 등장하는 요정이다.트로이 전쟁은 위대한 영웅 ‘아킬레우스’의 죽음으로 끝나고 함께 승리를 이끌었던 오디세우스가 집으로 돌아가는 여정을 그린 ‘오디세이아’가 있다.‘오디세이아’에 그녀가 등장한다.그녀의 이름은 ‘셰이렌’이다.그녀는 반은 사람이고 반은 물고기라고 해서 인어라고도 한다.‘셰이렌’의 노랫소리를 들은 어부나 선원들은 그 아름다운 소리에 매혹되어 절벽에 배를 부딪쳐 죽거나 물에 빠져 죽는다고...
( 교회 다니는 분들과 란딩을 했다. 장로님이 먼저 치셨는데 오비가 났다. 뒤에 기다리던 집사님이 한마디 하신다. "장로님 기도를 좀 세게 하시지 그러셨어요" 장로님이 아무 표정 없이 티 그라운드를 내려온다. 집사님은 만면에 웃음을 띠고 티샷을 한다. "어" 소리와 함께 오비가 난다. "멀리건 하나 쓰면 안 될까요" 카트에 타고 있던 장로님이 한마디 하신다. "집사님 그러다 잡사 되십니다" ... ) 유머 같지만 실제 있었던 일을 재구성한 것입니다. 골프를 치다 보면 늘 겪게 되는 상황입니다. 언중유골이라고 할 만한...
칠월은 사슴이 뿔을 가는 달이다. 천막 안에 앉아 있을 수 없는 달이고 옥수수 튀기는 달이다. 들소가 울부짖는 달이고 산딸기가 익어가는 달이다. 열매가 빛을 저장하는 달이다. 인디언들은 달마다 이름을 붙였는데 부족마다 약간씩은 달랐다고 한다. 칠월은 사슴도 뿔을 갈고 천막 안에 있기에는 너무 무더운 달이다. 들소도 산딸기도 충만한 제 몸을 어쩌지 못해 울부짖고 농염해지는 달이다. 인디언의 모든 달에는 자연과 연관된 것들이 대부분이다. 자연과 더불어 살아야 하는 사람은 날씨에 관심을 많이 가져야 한다. 어쩌면 요맘때 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