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05.14 (화)
신록이 피어나는 화창한 계절4월. 겨울 지난 나무에 피어나 눈길 닿는 곳마다 환한 빛으로 가득하고,탄성을 자아내던 어여쁜 꽃들도 져가고 있고,이제는 가지가지마다 참새 혀 같고,뱁새 혀 같은 어린 연두빛 새순들이 돋아나 햇살받아 투명하게 반짝이는4월의 끄트머리. 부부 박새가 알 낳을 둥지를 찾기 위해 자꾸만 우리집 유리창을 두드리다가 이제는 어디엔가 둥지를 지었는지 보이지 않는4월이 가는 길목.화단의 수선화와 할미꽃이 지고,모란과 라일락과 매발톱꽃이 피어나고,작약꽃이 꽃봉오리를 맺히고 있는 시간,농부들이 볍씨를 길러 논에다...
살구꽃나무 아래서 우리 뒷집 할머니 김 용택 시,백 창우 곡 우리 뒷집 할머니 혼자 사는 집 살구꽃이 하얗게 떨어지는 집 우리 뒷집 할머니 혼자 사는 집 은행잎이 노랗게 떨어지는 집 우리 뒷집 할머니 혼자 사는 집 하얀 눈이 소복소복 쌓여있는 집 우리 뒷집 할머니 혼자 사는 집 굽은 허리 담 너머로 보이는 집 우리 뒷집 할머니 혼자 살던 집 살구꽃이 하얗게 내리는 빈 집 우리 뒷집 할머니 혼자 살던 집 우리 뒷집 할머니 혼자 살던 집 살구꽃이 피기 시작했다. 우리는 앞마당의 연분...
구상나무에 눈이 가득 내린 어느 날 구상나무에 눈이 가득 내린 어느 날 지리산 아이들과 엄마들은 산오르막길을 걷고 걷는다 때론 내가 가고픈 길이 아니라고 떼쓰며 뻗장부리는 아이가 있어도 엄마들은 걷고 걷는다 그러다가 맘씨좋은 형아가 달래서 한참만에 뽀드득 뽀드득 눈길 밟으며 새하얀 길을 올라온다 나무에 가득 쌓인 나무서리(상고대) 나무,풀이라는 조형물 위에 하늘의 은총이 가득 내리시어 내 눈은 은빛으로 반짝이고 설레임 가득하며 담고 담아도 또 담고 싶다 아! 차마 발길 떼는 것이 쉽지 않구나 이 숲...
지난 설을 맞아 구례 오일 대목장에는 어여쁘고도 촌스런 사진들이 걸렸다. 바구니에 봄 나물 소담하게 뜯은 애기 아가씨. 배추밭에서 환하게 웃고 있는 배추보다 어여쁜 소녀. 어린이집 차를 기다리다가 가만히 눈감고 민들레 홀씨를 불고 있는 여자 아이. 강가에 유모차 타고 나와 앉아 언니랑 봄날의 섬진강을 하염없이 바라보는 자매의 뒷모습. 형아가 유치원에서 만들어온 종이 왕관을 쓰고 큰 대바구니 앞에 앉아 완전히 몰두해서 강낭콩을 까는 쪼꼬만 아이의 진지한 모습. 빠진 어금니 드러내며 천왕봉 바위 옆에서 ...
2019년의 마지막 달,한해를 마무리 하는 달이라 그런지 유난히 일이 많았다. 그 와중에도 사람들과 함께하는 시간들이 많아 참 감사하다.우선은 교육청에서‘마을교육 공동체’에 관한 포럼이나 방향찾기로 구례 사람들이 머리 맞대고 교육에 대해 고민할 수 있는 시간들이 있었다. 우리 아이들이 다니는 초등학교 학부모들 중에서도 이 부분에 관심있는 부모들이 자주 만나서 회의하고 얘기나누기를 여러 번 하였다. 추운 날씨와 직장 일,아이들 돌보는 일,연말로 바쁜 일정 등으로 짬 내기가 쉽지 않았지만 부모들은 어떻게든 시간을...
마지막 주말,서울,대전,청주,창원,보은 등 각지에서 벗님들이 열 한 분 오셨지요. 따스한 가을 햇살 아래 마당에서 함께 점심 먹고,단풍 다 떨어져 고적한 화엄사 숲길을 산책하고, 빨간 모닥불 피워놓고 노래하고 얘기하다가 그렇게 밤을 보내고,초겨울 비가 곱게도 오시는 아침, 오신 벗 중에 한글 붓사위(서예)하시는 분들이 있어 각 사람에게 맞는 글씨를 써 주시고 받고... 여러 벗들과 이렇게 참 좋은 시간을 보냈습니다. 이런 좋은 벗들로 인해 인생이라는 여행이 참 충만해집니다. 다음은‘모닥불’가에서 놀던 밤...
올해는 신랑이 하우스에 메주콩을 많이도 심었다.얼마 전 타작을 해 농업기술센터에 가서 콩을 선별한 다음 좋은 콩은 몇 군데 팔았다. 그리고 남은 콩도 팔겠다고 신랑은 며칠 동안 밤마다 벌레 먹고,찌그러지고,상태가 안 좋은 콩을 골라내었다. 올해 간장을 담긴 담아야 하겠는데,혼자 메주를 써서 장을 담기엔 엄두가 안 났다. 몸이 아프신 시어머니에게 부탁하기엔 죄송하고... 그런데,엄마 생신을 맞아 친정에 다녀왔다.김장을 앞두고 항아리에 담가놓은 멸치액젓을 어떻게 내리는지 잘 몰라 엄마에게 도와달라 말씀드렸다. ...
아빠와 아들이 저녁밥으로 칼국수를 만들어 상 위에 기다랗게 줄을 세우고 바깥 모닥불에 국수를 팔팔 끓여내자 막둥이 하는 말 아빠,몸까지 따뜻해지는 것 같아요. 아마 아이는 마음까지 따뜻해진다고 말하고 싶었으리라. 첫째 둘째는 후루룩 칼국수를 먹으며 엄지척을 세운다. 하늘에는 새색시 꽃신인양 초승달이 예쁘고 그 옆에 엄마 치마꼬리를 붙잡고 다니는 어린아이마냥 초롱초롱한 개밥바라기별이 어여쁘기도 하다. 막둥이는 갑자기 자작노래와 시가 생각났다며 자리에서 일어나 하늘과 달과...
하사마을 황씨네 큰 며느리는 명절이 다가오면 달력 보기가 싫어진다. 한 달 전부터 슬금슬금 겁이 난다.머리도 갑자기 지끈지끈 아파오고 배도 살살 아파오는 것 같다. ‘에이~~그냥 편하게 생각하자.차례상에 올라갈 것도 정해져 있고,시댁 식구맞이 음식메뉴만 좀 신경쓰면 되지 뭐.’ 속으로는 이렇게 생각해도 실제로는 그게 잘 되지 않는다. 시어머니가 아프신 뒤로 어머니의 역할이 갑자기 큰며느리에게 떨어지다 보니 아직도 그 무게에 눌려 헉헉거리고 있다. 명절 일주일 전,차례상에 올라갈 과일과 나물들을 살펴본다.아...
지난7월 말경 신랑과 큰 아이와 함께 아침 일찍 노고단에 올랐다.안개비 내리는 산속은 무진(안개나루)으로 들어가는 길이던가. 성삼재에 차를 주차하고 걸어가다가 신랑에게 며칠 전 보았던 인도영화를 얘기했다. 영화관에서 주로 우리 나라나 미국 영화만 접하는데 나름 인도영화의 뮤지컬 방식과 탄탄한 줄거리가 좋은 나는 신이 나서 얘기를 했다. 1편까지 잘 들어주던 신랑이 잠시 후에 큰 아들이 심심할 것 같다며 다음에 얘기하자고 했다.그런데,입이 간질간질했던 나는2편을 살짝만 얘기하고 싶어 입을 뗐는데, 신랑이(퉁명스럽게,...
오얏나무 한 그루 키우세요 자 두 이 원수 시,백 창우 곡 자두밭에 가면 자두밭에 가면 달큼한 자두 냄새 뻐꾸기 소리는 멀리서 뻐꾹뻐꾹 자두밭에 가면 밭임자집 아이의 눈부신 빨간 치마 뻐꾸기 소리는 멀리서 뻐꾹뻐꾹 자두밭에 자두밭에 속살 하얀 검붉은 자두알 그 달큼한 맛은 뻐꾸기 소리 빨간 치마 눈부신 햇살 그리고 누군지 그리운 생각 어릴 적,우리집에는 아니 내가 살던 동네에는 자두나무가 없었던 듯 하다.그리하여 저 노래처럼 눈부신 빨간 치마와 누군지 그리운 얼굴이 떠오르진 않는다. 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