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 뉴스목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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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의 모습이 곧 자기의 모습.우리는 가끔 이런 질문을 합니다, ‘나는 누구인가?’ ‘나는 어떤 사람일까?’ ‘내가 과연 잘 살고 있는 것일까?’ 하는 질문들을. 철학적이기도 하고 뜬 구름 잡는 질문 같기도 하지만, 그래도 가끔 이런 질문들에 답을 하고 답을 얻고자 합니다. 이 질문들에 대한 여러분의 답은 무엇입니까? 철학적이고 뜬 구름 같은 질문을 현실적이고 구체적으로 바꾸는 방법은 상황에 대입하는 것입니다. 우리는 자신을 살필 때 거울을 봅니다. 거울을 보며 나를 확인하고, 내가 어떤지를 보고, 옷매무새가 제대로 갖춰졌는지 부족한 점은 없는지를 살핍니다. 삶에서 거울처럼 자신을 비춰볼 수 있는 존재는 친구입니다. 비슷한 사람이 만나 친구가 되니, 오랜 친구는 곧 자신과 같다고 할 수 있습니다. 붓다의 제자 아난은 스승 붓다에게 ‘수행에서 도반이 차지하는 부분이 어느 정도인지’ 묻습니다. 스승 붓다가 ‘어느 정도나 되겠느냐’고 되묻습니다. 아난이 ‘절반 정도입니까?’하고 답합니다. 붓다는 ‘도반이 수행의 전부다’하고 답합니다. 그 사람을 알려면 그 사람의 친구를 살피라는 말을 공자는 어떻게 했는지 들어보겠습니다. 子貢問 “爲仁” 子曰 “工欲善其事 必先利其器. 居是邦也, 事其大夫之賢者, 友其士之仁者.”「위령공(衛靈公)」 (공자의 제자) 자공이 “인을 행하는 방법”에 대하여 여쭈었다. 선생님 가라사대 “장인이 그 일을 잘하려면 반드시 먼저 그 연장을 예리하게 한다. 어느 나라에 살게 되거든 그 나라의 대부 중에 슬기로운 사람을 섬기고, 그 나라의 선비 중에 어진 이를 벗 삼아라.” 자공은 공자와 연배가 비슷한 제자로 장사에 소질이 있어 큰 재산을 모았고, 글재주도 좋았습니다. ‘仁’은 공자 사상의 핵심으로 ‘仁’을 한 두 마디로 정의하기는 어렵습니다. 자공도 그런 사정을 알고는 ‘仁’에 대하여 묻지 않고, ‘仁을 행하는 방법’에 대하여 물었습니다. 스승 공자는 먼저 ‘장인이 일을 잘 하려면 반드시 우선 연장을 잘 손질해야 한다.’는 비유를 들려줍니다. 훌륭한 장인은 연장 탓을 안 한다지만, 연장이 잘 손질되어 있지 않으면 아무리 훌륭한 장인이라도 일을 잘 해낼 수 없습니다. 더군다나 연장이 없다면 아무 일도 할 수 없을 것입니다. 스승 공자는 제자 자공이 재주와 학문이 뛰어났기 때문에 이런 비유를 한 것입니다. 자공이 자신의 재주와 학문만을 믿고 다른 사람을 가볍게 여긴다면 반드시 시기하고 원망하는 사람에 의한 해코지가 발생할 것을 걱정한 것이고, 또한 스스로 자신의 한계에 갇혀버릴 것을 염려한 것입니다. 대부(大夫)는 벼슬을 하고 있는 사람이고, 선비(士)는 벼슬을 하고 있지 않지만 학문이 있는 사람이니 지식인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선비가 벼슬을 하면 대부고, 대부가 벼슬을 그만두면 선비니 둘은 같은 사람입니다. 즉 자신의 한계에 갇히지 않고, 인(仁)을 행하는 사람이 되려면 반드시 우선 어질고 현명한 사람을 벗 삼아야 한다고 가르친 것입니다. 들고 있는 연장을 보면 무엇을 만드는 장인인지 알 수 있고, 연장의 손질된 정도를 보면 장인의 솜씨를 짐작할 수 있습니다. 마찬가지로 그 사람이 섬기고 벗하는 사람을 보면 그 사람이 어떤 사람인지를 알 수 있습니다. 요즘은 스마트폰의 SNS를 통해 원근을 가리지 않고 수많은 사람과 친구를 맺습니다. 그래서 우리는 수많은 거울로 둘러싸인 방안에서 거울에 비친 자신을 보듯 정체성을 망각하는 지도 모릅니다. 여러분이 어떤 사람인지 궁금할 때 여러분의 곁을 묵묵히 지켜왔던 친구의 모습을 보십시오. 그 모습이 곧 당신의 모습일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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군자도 미워하는 사람들.적폐청산을 기치로 내건 문재인정부의 노력에 대해 이명박 전 대통령은 정치보복이라고 항변하고 있습니다. 적폐는 청산해야겠지만, 보복은 하지 말아야 한다고 생각할 것입니다. 과연 적폐청산과 정치보복은 어떻게 다를까요? 지난 정권에서 친정부 성향의 인사를 MBC 사장으로 앉혀, 정부에 쓴소리 하던 방송인들을 방송국 밖으로 몰아내게 했던 방송문화진흥회의 야권 이사들은 김장겸 사장의 해임을 ‘방송장악 음모’라고 부르대고 있습니다. 언론의 역할과 방송 장악은 어떻게 다를까요? 지난 정권에서 인사청문회 때 여권의 편에서 후보자를 옹호하던 새누리당 국회의원들이 이제는 인사청문회에서 후보자의 허물을 낱낱이 거론하여 부적격 후보라고 부르대며, 협치를 하지 않는 정부에 협조할 수 없다고 합니다. 어느 정도의 허물을 우리는 용인해야할까요? 국민의 목소리를 억압하며 정권의 호위병 역할을 톡톡히 했던 검찰이 이제는 적폐 청산을 주도하며 전 정권의 인사에게 칼날을 겨누고 있습니다. 정권의 호위병과 적폐 청산의 주역 어느 것이 검찰의 본모습일까요? 애국과 정의를 외쳤던 이들을 애국과 정의의 이름으로 청산하려고 합니다. 왜 이런 일이 일어나는지, 왜 똑같은 명분에서 한 일이 다르게 평가되는지를 공자에게 들어보겠습니다. 子貢問曰 “君子亦有惡乎?” 子曰 “有惡. 惡稱人之惡者, 惡居下流而訕上者, 惡勇而無禮者, 惡果敢而窒者.” 曰 “賜也亦有惡也. 惡徼以爲知者, 惡不孫以爲勇者, 惡訐以爲直者.”「양화(陽貨)」 (공자의 제자) 자공이 여쭈었다. “군자도 미워하는 것이 있습니까?” 공자 가라사대 “미워하는 것이 있고말고. 남의 잘못을 들추는 자를 미워하고, 신하로 아래에 처하면서 윗사람을 헐뜯는 자를 미워하며, 용감하기는 한데 예의를 모르는 자를 미워하고, 과감하기는 한데 꽉 막힌 자를 미워한다.” (자공이) 말하였다. “저도 미워하는 것이 있습니다. 남의 것을 알아내 자신의 지혜라고 여기는 자를 미워하고, 공손하지 않는 것을 용기라고 여기는 자를 미워하며, 남의 비밀을 까발리는 것을 정직으로 여기는 자를 미워합니다.” 사람들은 성인군자라면 살면서 미워하는 사람도 없고, 화내는 일도 없이 늘 허허실실 모든 사람을 반기며 좋은 말만 할 것이라 생각합니다. 공자의 제자도 그렇게 생각했는지 스승에게 군자도 미워하는 사람이 있는지를 묻습니다. 공자는 아무도 미워하지 않은 사람을 가장 미워했습니다. 미워하는 사람이 없다는 것은 자기 주견이 없다는 것이고, 주견이 없으니 공자라도 가르칠 수 없었기 때문입니다. 제자의 질문에 공자는 그럴듯하지만 옳지 않은 경우를 제시하고 미워한다고 하였습니다. 남의 잘못을 낱낱이 까발리는 것은 정직한 것처럼 보이지만, 사람을 아끼는 마음이 없는 것입니다. 물론 잘못은 드러내야 하지만 허물을 고치기 위해서라야 합니다. 신하로 있으면서 윗사람을 다른 사람 앞에서 헐뜯는 것은 애국으로 보일 수 있지만, 진정어린 마음이 없는 것입니다. 윗사람이 잘못하고 있다면 직언을 해서 바로잡아야 합니다. 용감한 것은 강압에 굴복하지 않는 듯 보이지만, 그게 법과 질서에 어긋난다면 나라를 어지럽힐 수 있습니다. 박정희와 전두환의 쿠데타가 그렇습니다. 과감하면 추진력이 있는 듯이 보이지만, 남의 의견을 듣지 않으면 쓸 데 없는 일을 하게 됩니다. 이명박 전 대통령의 4대강사업이 그렇습니다. 스승이 미워하는 사람이 있다고 하자, 제자도 넌지시 자기 생각을 펼쳐 보입니다. 남의 생각을 훔쳐내서는 자기 것이라고 하는 사람을 미워합니다. 요즘 말로 하는 표절입니다. 공손하지 않은 것을 용기로 아는 사람을 미워합니다. 강압적인 정권에서는 말이 없다가 민주정부에서는 언론장악 음모라고 부르대는 것은 용기가 아닙니다. 까발리는 것을 정직으로 아는 사람을 미워합니다. 공직자라도 개인의 사생활은 있는데, 그것까지 까발리는 것은 정직이 아닙니다. 군자가 미워하는 사람은 아닐지 스스로 돌아봐야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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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라를 흥하게 하는 한마디 말.여수시의회 제181회 임시회 본회의 ‘여수시 관광정책 추진현황과 시민불편 해소방안’을 질의하는 과정에서 관광객에게 바가지요금 씌우는 문제의 해결방안을 묻는 질문에 대해, 부당함을 바로잡고 부정을 시정해야 할 책임이 있는 주철현 여수시장은 “민간부분을 시가 행정지도하는 데 한계가 있다. 예약 않고 올 때는 바가지요금 낼 각오가 돼 있어야 한다. 그것을 이해 못하는 관광객들이 이상한 관광객이다.”하고 말하여, ‘바가지요금’이 정당하다고 하였습니다. 이에 박정채 시의장은 “사업하는 분들이나 할 말이지, 의회 본회의장에서 시장으로서 답변할 말은 아니다.”하며 제지하고 속기록 삭제도 권유했지만, 시장은 “틀린 말이 아니다”며 본인의 주장을 굽히지 않았다고 합니다. 시장은 관광객 증가라는 업적에 어깃장을 놓는 질문에 뒤틀렸나봅니다. 또 공무원노조 여수시지부장은 ‘둔덕·학용 정수장 고도정수처리시설 설치사업’과 관련해서 여수시가 특정업체와 사업을 추진한다는 특혜의혹이 있어 전반적인 재검토가 필요하다는 시의원의 발언에 대해 “적법한 행정행위 발목 잡는 송하진 시의원 각성하라”는 팻말을 들고 시의회 앞에서 시위를 했습니다. 시의 행정행위를 감시하고 견제하는 것은 시의원의 정당한 활동이고, 그 견제와 감시를 받는 것은 공무원의 의무입니다. 그런데도 공무원노조 지부장은 ‘발목을 잡는다’고 판단되면 앞으로도 계속 시위를 하겠다고 합니다. 이제는 공무원도 감시나 견제 없이 하고 싶은 대로 일을 하려나 봅니다. 문재인대통령은 지방분권을 강화해서 지방자치단체를 지방정부로 만들겠다고 합니다. 과연 지금의 시장과 공무원들은 여수를 어떻게 만들지, 공자에게 들어보겠습니다. 定公問 “一言而可以興邦, 有諸?” 孔子對曰 “言不可以若是, 其幾也! 人之言曰 ‘爲君難, 爲臣不易.’ 如知爲君之難也, 不幾乎一言而興邦乎?” 曰 “一言而可以喪邦, 有諸?” 孔子對曰 “言不可以若是, 其幾也! 人之言曰 ‘予無樂乎爲君, 唯其言而莫予違也.’ 如其善而莫之違也, 不亦善乎? 如不善而莫之違也, 不幾乎一言而喪邦乎?”「자로(子路)」 (노나라 임금) 정공이 “한마디 말로 나라를 흥하게 할 수도 있다고 하는데, 그런 말이 있습니까?”하고 물었다. 공자가 대답하여 가라사대 “한마디 말로는 그렇게 할 수가 없습니다만, ‘임금노릇하기 어렵고, 신하노릇도 쉽지 않구나.’하는 사람들의 말이 그에 가까울 것입니다. 만약 임금노릇하기가 어려운 줄 안다면 한마디 말로 나라를 흥하게 하는 것에 가깝지 않겠습니까?” 정공이 또 물었다. “한마디 말로 나라를 망하게 할 수도 있다고 하는데, 그런 말이 있습니까?” 공자가 대답하여 가라사대 “한마디 말로 그렇게 할 수는 없습니다만, ‘임금이 된다고 내게 특별한 즐거움이 있는 것이 아니라, 내 가 말하면 나를 거스르는 사람이 없는 것이 즐거울 뿐이다.’하는 사람들의 말이 그에 가까울 것입니다. 만약 임금의 말이 좋고 거스르는 사람이 없다면 또한 좋지 않겠습니까? 그러나 만약 임금의 말이 좋지 않은데도 거스르는 사람이 없다면, 한마디 말로 나라를 망하게 하는 것에 가깝지 않겠습니까?” 정공은 공자를 등용하여 노나라를 크게 안정시킨 임금입니다. 공자를 등용하려 하면서 나라를 흥하게 하는 방법과 망하게 하는 방법을 물었습니다. 공자는 임금이 자기 뜻에 거슬리는 말을 듣기 싫어하고 또 그런 말을 할 사람이 없으면 나라가 망할 것이라고 하였습니다. 반대로 임금이 원성을 사지 않기 위해 국민의 뜻을 잘 살피고 부응하기 위해 노력하느라 임금노릇을 어렵게 여기면 나라가 흥할 것이라고 하였습니다. 시장은 시민들의 지지를 얻어 당선이 되었으니 자신의 뭘 하든 시민들이 지지할 거라 여기고 자신의 뜻대로 하려는 듯합니다. 그러면서 거슬리는 말이 들리면 법적 조치를 하겠다며 입막음도 하고 뾰로통하여 부르댑니다. 공무원들도 시장을 본받아서 시의원들 입도 막으려고 합니다. 그나마 다행인 것은 시장의 잘못이나 공무원의 잘못을 비판하는 목소리가 있어서 여수시가 망하지는 않을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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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리에 밝음과 사려가 깊음.주철현 여수시장은 9월7일 여수시의회 제179회 임시회 본회의에서 돌산 상포지구 특혜의혹과 관련하여 긴 설명을 하였습니다. 그 설명에서 ‘본인과 업무를 담당했던 공직자들에게는 한 점 의혹이 없는데도 자신의 5촌 조카사위가 연관돼 오해가 생겼다’며 사과를 했습니다. 그리고는 ‘행정절차가 삼부토건 명의로 진행돼 자신은 5촌 조카사위의 관여사실을 전혀 몰랐다’고 해명하고는 ‘상포지구와 관련한 악의적 여론을 유포해 정치적 이득을 챙기려는 세력은 청산해야 할 적폐세력’이라고 규정하였습니다. 주철현 여수시장의 5촌 조카사위는 횡령액 30억을 채워넣었다는 이유로 구속되지 않았습니다. 지난한해와 지난겨울을 보내며 우리는 최순실 국정농단 사태가 밝혀지는 과정과 촛불집회를 통해 대통령이 탄핵되는 과정을 보았습니다. 박근혜전대통령은 최순실의 국정농단을 부정했고, 의혹을 제기한 사람들을 나쁜 사람들이라고 하며 몰아냈습니다. 하지만 국정농단을 밝히고 촛불집회를 이끌어낸 것은 JTBC가 최순실의 태블릿PC에 담긴 근거자료를 보도한 것이었습니다. 국민들은 대통령의 말보다는 근거자료가 말하는 사실을 더 신뢰합니다. 국민들은 대통령 한 사람보다 더 사리에 밝고 더 멀리 헤아립니다. 시장님이 적폐세력이라고 청산하려는 사람들은 정치적 이득을 챙기려는 것이 아니라 시장님을 더 신뢰하려는 것입니다. JTBC가 제시해 국민들을 설득했던 것처럼 시민을 설득할 자료를 보여준다면 촛불을 들고 시장님을 지지할 것입니다. 어떤 사람이 사리에 밝고 멀리 내다보는 사려가 깊은 사람인지 공자에게 들어보겠습니다. 子張問“明?” 子曰 “浸潤之譖 膚受之愬 不行焉, 可謂明也已矣. 浸潤之譖 膚受之愬 不行焉, 可謂遠也已矣.”「안연(顔淵)」 자장이 ‘사리에 밝음(明)’이 무엇인지 물었다. 선생님 가라사대 “물에 젖듯이 서서히 스며드는 헐뜯는 말과 피부로 느껴지듯 절박하게 다가오는 하소연이 먹혀들지 않는다면 사리에 밝다고 할 수 있을 것이다. 물에 젖듯이 서서히 스며드는 헐뜯는 말과 피부로 느껴지듯 절박하게 다가오는 하소연이 먹혀들지 않는다면 멀리 헤아려 사려가 깊다고 할 수 있을 것이다.” 스물이 갓 넘은 현실정치에 관심이 많은 제자 자장은 일흔을 바라보는 스승 공자에게 사리에 밝으려면 어떻게 해야 하는지 묻습니다. 공자는 사리에 밝음에 덧붙여 사려가 깊음에 대해서도 설명합니다. 사리에 밝음이 지극해지면 일이 어떻게 진행될지를 멀리 헤아릴 수 있어 사려도 깊어질 것이니 둘은 다른 것이 아닙니다. 공자는 남을 비방하는 말과 개인적 이해관계가 있는 하소연을 잘 경계하는 것이 곧 사리에 밝음이고 사려가 깊음이라고 하였습니다. 대놓고 남을 헐뜯는 경우라도 한두 번 들으면 그 사람을 나쁘게 생각할 수 있습니다. 하물며 가까운 사람이 물에 젖듯이 조금씩 비방하는 경우라면 사실 여부를 파악하기도 전에 그 사람에 대해 편견을 갖게 됩니다. 자신과 상관이 없는 하소연은 법대로 공정하게 혹은 매정하게 판단하고 처리하고서 법이 그래서라고 변명할 수 있을 것입니다. 하지만 자신의 가족이나 지인의 이해관계가 걸려있는 하소연이라면 공정하고 매정하기는 쉽지 않을 것이고, 법에 선처를 요구하고 법을 통해 이익을 취하고 해를 피하려 할 것입니다. 여수시장은 5촌 조카사위가 대표로 있는 회사에 여수시가 특혜를 준 것이 아니냐고 의혹을 제기한 기자에게 고소하겠다고 하며 재갈을 물렸습니다. 여수시의 인허가 사항에 대해 몰랐다고 하는 설명보다는 철저한 수사를 촉구하고 투명한 자료 공개를 통해 한 점 의혹 없음을 밝히는 것이 사리에 밝고 멀리 보는 사려 깊은 행동일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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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정함을 만드는 한 삼태기.문재인대통령의 취임 100일이 지났습니다. 지지율은 여전히 78%로, 열 명 중 여덟 명은 대통령의 행보에 만족하고 있습니다. 자유한국당은 국민은 안중에도 없는지 대통령의 정책에 사사건건 반대만 하고 있습니다. 정권의 나팔수가 되어 국민을 우롱하던 언론은 이제는 비판이 언론 본연의 의무라고 문재인정부의 정책을 비판합니다. 양질의 일자리는 줄어들고, 젊은이들의 취업은 더욱 힘들어지는데도 집값은 하늘 높은 줄 모르고 오릅니다. 문재인정부가 지난 8월2일 부동산 대책을 내놓기 전에는 연일 서울의 아파트 값이 올랐습니다. 이제는 8·2 부동산 대책이 효과를 발휘하는지 조금 진정이 되었다고 합니다. 사람이 살기 위한 집이 이제는 사람을 잡아먹는 집이 되었습니다. 부자들은 돈을 벌기 위해 여러 채의 아파트며 건물을 사들여 조물주보다 높은 건물주로 군림하고, 가난한 사람들은 겨우 제 몸 누일 공간조차 편안히 얻지 못합니다. 사람을 위해 존재해야 할 것들이 오히려 사람을 잡아먹는 수단이 되고, 사람들은 잡아먹히지 않기 위해 결국 잡아먹는 수단을 쟁취하려 합니다. 문재인정부의 부동산 정책은 단호합니다. 집이 재테크의 수단이 아니라 주거의 공간이 되도록 하는 정책을 펴겠다고 합니다. 살지도 않는 집을 여러 채 가진 사람에게는 그에 걸맞게 세금을 물리겠다고 합니다. 참여정부 시절 만들어진 종합부동산세는 이명박정부에 의해 무너졌습니다. 그 후 정부들은 부동산을 경기부양의 수단으로 삼아 결국 집값을 올렸습니다. 문재인정부가 집이 서민의 등골을 빠지게 하는 공간이 아니라 편안한 휴식처가 될 수 있게 하는 정책을 끝까지 추진하기를 바라며, 공자의 말을 들어보겠습니다. 子曰 “譬如爲山 未成一簣 止 吾止也. 譬如平地 雖覆一簣 進 吾進也.”「자한(子罕)」 선생님 가라사대 “흙을 쌓아 산을 만드는 것에 비유하자면 한 삼태기의 흙만 더 쌓으면 완성할 수 있는데 멈추는 것도 내가 멈추는 것이고, 흙을 덮어 구덩이를 메우는 것에 비유하자면 비록 한 삼태기의 흙을 붓더라고 나아간 것은 내가 나아간 것이다.” 이 장은 ‘천리 길도 한 걸음부터’라는 속담의 공자 버전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문장이 멋지게 대구를 이뤘습니다. 산은 높이 솟아 사람들이 치켜 보는 곳입니다. 즉 ‘爲山’은 사람들이 높이 평가할 수 있는 학문이나 업적을 쌓아가는 것을 의미합니다. 반대로 구덩이는 낮아서 사람들이 내려 보는 곳입니다. 즉 ‘平地’는 학문이나 업적이 비록 보잘 것 없지만 부족함을 채우기 위해 노력하는 것을 의미합니다. ‘簣’는 삼태기로 요즘으로 보면 흙을 퍼 담는 포크레인의 바가지로 볼 수 있습니다. 산을 쌓는데 흙 한 바가지가 부족해도 산은 미완성일 것이고, 구덩이를 메우는데 흙 한 바가지를 부어도 그만큼 메워진 것입니다. 공자가 강조하고자 한 것은 두 가지입니다. 첫째는 마지막까지 최선을 다하라는 것과 시작이 미미하다고 주저하지 말라는 것, 둘째는 ‘내가 멈추는 것이고, 내가 나아간 것이다’라는 구절에서 강조한 자기책임입니다. 문재인대통령이 시행한 부동산 정책으로 곧장 집값이 안정되지는 않을 것입니다. 하지만 집을 사람이 편히 쉴 수 있는 공간으로 되돌리는 한 삼태기의 흙은 될 것입니다. 그 정책이 멈추지 않아 평지가 되고 산이 되고, 사람이 귀해지고 아낌을 받을 때까지 멈춤이 없기를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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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정함에는 지름길이 없다.지금 여수는 종포 해양공원을 찾는 관광객들로 시끄럽지만, 여수시민들은 돌산 상포지구 인·허가와 관련한 특혜 의혹으로 마음이 시끄럽습니다. 여수시민들은 오현섭 전시장의 뇌물수수 비리사건과 시청 회계과 공무원의 80억 횡령사건 등 굵직한 비위사건으로 명예가 실추된 아픈 기억을 갖고 있습니다. 주철현 시장은 검사출신이라 법을 잘 알기에 비리 없는 청렴한 시장이 되겠다고 했지만, 분양대금을 횡령한 혐의로 고발당한 개발업체 대표가 시장 본인의 조카사위라 친인척 비리라는 불명예에서 자유로울 수는 없을 것 같습니다. 돌산 상포지구 인·허가 특혜 의혹의 대강은 다음과 같습니다. 돌산읍 상포지구는 삼부토건(주)이 매립하였지만, 도로와 배수시설 등 준공조건을 갖추지 못해 20년 넘게 준공검사가 나지 않았습니다. 그런데 2015년 7월에 시장의 조카사위인 김모씨가 여수 국제 자유도시 개발이라는 개발회사를 설립하고 100억 원에 삼부토건(주)으로부터 상포지구매립지를 매입합니다. 그리고 2016년 5월에 도로와 배수시설 등 기반시설이 없지만, 설치하겠다는 조건으로 여수시는 준공 완료 필증을 주어 지번을 부여합니다. 이에 개발회사는 기반시설도 설치하지 않고, 6월 이후 100여명에게 160여억 원에 분양을 해버립니다. 올해 3월 이 개발회사 감사가 분양대금이 사라졌다고 경찰에 신고하면서 개발회사 대표의 횡령 의혹이 불거집니다. 그리고 한국일보 기자가 준공조건을 갖추지도 않았는데, 준공 완료 필증이 나올 수 있었던 것은 시장의 조카사위라는 특수 관계에 의한 것이 아닌가하는 인·허가 특혜 의혹 기사를 실습니다. 이에 법을 잘 아는 검사출신 시장은 그 기자를 고소하고 자신의 결백을 주장하면서 허위보도에는 법적대응을 하겠다고 기자회견을 하였습니다. 상처 받은 여수시민들의 마음을 어떻게 위안할 수 있을지 공자에게 들어보겠습니다. 子游爲武城宰. 子曰 “女得人焉耳乎?” 曰 “有澹臺滅明者, 行不由徑, 非公事 未嘗至偃之室也.”「옹야(雍也)」 (공자의 제자)자유가 무성이라는 도시의 시장이 되었다. 선생님은 자유에게 “너는 사람을 얻었느냐?”하고 물었다. 자유가 “담대멸명 이라는 인물을 얻었습니다. 그는 길을 다닐 적에 지름길로 다니지 않고, 공적인 일이 아니면 여태껏 내 방에 찾아온 적이 없습니다.”하고 답했다. 자유는 공자보다 40살이나 어린 제자인데, 글재주가 좋았고 행정에도 능하여 20대 중반에 무성이라는 국경도시의 시장으로 부임하였습니다. 일흔이 다 된 노정객 공자는 제자가 잘 다스리고 있는지 살펴보려갑니다. 제자를 만나 묻는 첫마디가 “사람을 얻었느냐?”입니다. 제자 자유는 늘 다니는 길도 지름길로 가지 않는 원칙을 지키는 사람, 공적인 일이 아니고는 사적 친분을 쌓으려고 하지 않는 사람, 담대멸명을 등용하였다고 말합니다. 제자의 말에 스승은 무척 행복했을 것입니다. ‘담대멸명’은 성이 담대 이고 이름이 멸명 입니다. ‘담대’는 호수가의 누각이라는 뜻이고, ‘멸명’은 ‘꺼졌다 켜졌다’하는 뜻입니다. 이름대로 성품도 조용하고 원칙을 지키며 공사의 구분이 분명했던 사람으로 보입니다. 지름길이 있는데도 안 간다면 답답한 사람이고, 사적 친분이 있어야 일도 매끄럽게 잘 풀어갈 수 있을 것인데 그런 것이 없다면 꽉 막힌 사람입니다. 정치나 행정은 효율이나 신속이 아니라 ‘공정’이 핵심입니다. 답답하고 매끄럽지는 않더라고 공정하다고 느낄 때 시민들은 받아들입니다. 민주주의 사회에서 대통령과 시장을, 국회의원과 시의원을 선출하는 것은 우리 시민들입니다. 잘난 사람이 아니라 공정한 사람을 얻어야 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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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끄러워해야 할 자들의 파렴치.문재인대통령이 취임한 지도 한 달이 넘었습니다. 최근 안경환 법무부장관 후보자가 허위 혼인신고를 했다가 혼인무효판결을 받은 사실이 알려지면서 후보직을 사퇴하였습니다. 야당은 장관후보자 검증 부실을 문제 삼아 조국 청와대 민정수석의 사퇴도 요구하고 있습니다. 80%를 넘던 문재인대통령의 지지도는 인사청문회와 안경환 후보자 낙마 사태를 거치면서 76%로 소폭 하락하였습니다. 자유한국당은 인사청문회에서 문재인대통령이 인선 배제 기준으로 공약한 탈세, 투기, 위장전입, 논문표절, 병역면탈이라는 5대원칙을 내세워서 후보자들을 공격하고 있습니다. 자유한국당과 바른정당이 여당이던 박근혜정부 인사청문회를 보던 국민들은 다섯 가지 중 두세 가지는 오히려 장관이 되기 위한 조건이라며 비아냥거리기도 하였습니다. 촛불을 든 시민들이 바랐던 것은 법 위에 있으면서 법을 농단했던 검찰과 언론, 재벌이라는 적폐세력을 청산하는 것이었습니다. 이런 적폐세력을 비호하는 박근혜전대통령의 반헌법적 행위들에는 눈감던 자유한국당이 이제는 5대원칙이라는 무기를 들고 촛불혁명을 뒤집으려 하고 있습니다. 과연 그들이 그렇게 해서 지키려는 것이 무엇일까요? 과연 철저한 준법정신일까요? 아니면 선명한 도덕성일까요? 자유한국당, 바른정당은 헌법을 위배했다고 파면당한 정권의 집권세력이었습니다. 국민들이 보는 앞에서 큰소리를 치는 그들에게 공자는 뭐라고 할지 들어보겠습니다. 子曰 “篤信好學 守死善道. 危邦不入 亂邦不居. 天下有道則見 無道則隱. 邦有道 貧且賤焉 恥也, 邦無道 富且貴焉 恥也.” 「태백(泰伯)」 선생님 가라사대 “철저히 검증하고 힘써 실천하는 자세로 배우기를 좋아하고, 죽음을 각오하고 올바른 가치를 지켜야 한다. 위태로운 나라에는 들어가지 말고, 어지러운 나라에는 머물지 말고 떠나라. 천하에 도가 있으면 자신을 드러내고, 도가 없거든 숨어 드러내지 마라. 나라에 도가 있는데도 가난하고 비천한 것은 치욕이고, 나라에 도가 없는데도 부유하고 지위가 높은 것도 치욕이다.” 공자의 제자들은 주나라의 헌법인 ‘예(禮)’를 배워 관리로 등용되기를 바라는 정치지망생 혹은 관료지망생들이었습니다. 이 장은 그런 제자들에게 당부하는 말입니다. 『논어』에서 ‘도(道)’는 여러 의미로 쓰이지만, 이 장에 쓰인 ‘도’의 뜻은 현대적 의미로는 헌법질서로 볼 수 있습니다. 첫 구절은 헌법질서를 이론으로도 철저히 알고 몸소 실천하는 자세로 배우기를 좋아하고, 죽음을 각오하고서라도 헌법질서를 수호하려는 의지가 있어야 비로소 등용될 자격을 갖췄다고 말합니다. 헌법질서가 위태로워지는 나라에는 등용되기를 바라며 들어가지 말고, 헌법질서가 무너졌으면 과감히 떠나라고 가르칩니다. 왜냐면 헌법을 수호하려면 본인이 죽음에 이르거나, 아니면 헌법을 파괴하는 도구로 쓰이기 때문입니다. 헌법질서가 잘 작동하는데도 등용되어 벼슬하지 못한다면 능력이 없는 것이니 부끄러운 것이고, 헌법질서가 작동하지 않는데도 등용되어 벼슬하고 부자가 됐다면 양심이 없는 것이니 또한 부끄러운 것이라고 합니다. 현 정부 인사청문회에서 5대원칙 운운하는 야당은 헌법을 파괴했던 전 정부의 집권세력입니다. 부끄러워 고개를 못 들어야 할 정치인들과 그에 부합했던 언론계와 법조계 세력들은 오래된 작은 허물을 들어 부적합하다고 발목을 잡습니다. 임진왜란에서 나라를 구한 이순신장군도 한때는 죄인이었고, 상해임시정부에서 독립운동을 했던 김구선생도 한때는 살인자였습니다. 도덕성 논쟁에 빠지는 순간, 우리는 촛불정신을 놓치고 법꾸라지가 만든 법망에 갇히게 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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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이 바르다면 누가 감히 바르지 않겠는가?작년 가을, JTBC가 최순실 것으로 추정되는 태블릿PC에서 드러난 국정농단사태를 보도하면서 촛불은 타오르기 시작했습니다. 박근혜 전대통령은 순간을 모면하기 위해 여러 차례 거짓말로 꾸민 대국민담화를 하였고, 박근혜를 둘러싼 수많은 사람들은 국회 청문회에서도 위증을 하였습니다. 청와대에서 시작된 거짓과 비밀의 어둠을 몰아내기 위한 촛불이 하나 둘 광화문으로 모여들어 백만 개가 넘었고, 결국 촛불은 혁명이 되어 거짓과 비밀로 치장한 박근혜대통령을 파면하였습니다. 그리고 장미가 피기 시작하던 5월 9일 19대 대통령 선거를 치러 문재인을 대통령으로 당선시켜 정권교체를 이룸으로써 촛불혁명을 일단락 지었습니다. 문재인대통령이 취임한 지 이제 겨우 두 주가 조금 지났습니다. 그 사이 대통령은 직접 국민들 앞에서 인선을 설명하면서 후보자의 허물을 먼저 드러내며 양해를 구했으며, 비정규직 노동자들에게 정규직 전환을 약속했고, 광주민주화운동 유가족의 37년 아픔을 진심으로 위로하였습니다. 뿐만 아니라 검찰 개혁과 재벌 개혁이라는 무거운 임무를 져버리지도, 탕평이라는 이름으로 사회 전반에 내재된 부정에 눈감으려 하지도 않습니다. 그 사이 과연 무엇이 바뀌었나요? 이 땅도 이 국민도 그대로지만, 대통령 한 명이 바뀌었을 뿐입니다. ‘대통령이 바뀌었다고, 나라가 얼마나 바뀌겠어!’하고 말할 수 있겠지만, 공자는 대통령이 바뀌면 나라는 얼마든지 바뀔 수 있다고 가르칩니다. 대통령이 바뀌면 나라가 어떻게 바뀔지 공자에게 들어보겠습니다. 季康子問政 於孔子. 孔子對曰 “政者, 正也. 子帥以正, 孰敢不正?” 季康子患盜 問於孔子. 孔子對曰 “苟子之不欲, 雖賞之不竊.” 季康子問政 於孔子曰 “如殺無道 以就有道 何如?” 孔子對曰 “子爲政, 焉用殺. 子欲善而民善矣. 君子之德 風, 小人之德 草, 草上之風 必偃.” 「안연(顔淵)」 (노나라의 수장인) 계강자가 공자에게 정치를 물었다. 공선생님 대답하여 가라사대 “정치라는 것은 바르게 하는 것입니다. (수장인) 당신이 바름으로써 솔선수범하면, 누가 감히 바르지 않겠습니까?” 계강자가 도둑이 많은 것을 걱정하여 공자에게 (대책을) 물었다. 공선생님 대답하여 가라사대 “당신이 욕심을 부리지 않는다면, 비록 상을 주더라도 도둑질하지 않을 것입니다.” 계강자가 공자에게 정치를 물으며 말하기를 “무도(無道)한 사람들을 사형에 처하여 유도(有道)한 사람들을 윤택하게 하면 어떻겠습니까?” 공선생님 대답하여 가라사대 “당신은 정치를 하는 사람입니다, 어찌 사람들을 죽이려고 하십니까? 당신이 선을 원하면 백성은 선하게 될 것입니다. 군자의 덕은 바람과 같고, 백성의 덕은 풀과 같아, 풀 위에 바람이 스치면, 풀은 누울 뿐입니다.” 계강자는 당시 노나라의 정치권력을 잡고 있던 대부였습니다. 공자의 제자인 염유를 등용하여 난을 평정하고, 공자를 등용하기 위해 불러들였는데, 당시 공자의 나이는 68세였고, 계강자는 아들뻘쯤 되었습니다. 한 나라의 수장으로 계강자는 공자에게 어떻게 나라를 다스려야 할지, 그리고 당시 현안을 묻습니다. 산전수전 다 겪은 공자의 답은 참 쉽고, 명쾌합니다. ‘우두머리인 당신이 법을 잘 지킨다면 누가 감히 법을 어기겠으며, 상을 줘가며 어기라고 해도 어기지 않을 것입니다. 굳이 잘못을 바로 잡겠다고 애먼 법만 엄격하게 하지 말고, 있는 법이라도 제대로 지키십시오. 당신이 하는 대로 백성들은 따라할 것입니다, 마치 바람 불면 눕는 풀처럼.’ 혹자들은 대통령 한 사람에 의해 국민의 삶이 좌지우지되는 나라가 되지 않도록, 대통령의 권한을 제한하자는 주장을 하는 사람들도 있고, 직접민주주의를 하자는 사람들도 있습니다. 물론 권력은 견제하고 제한해야 합니다. 권력은 대통령의 권력만이 있었던 것은 아닙니다. 대통령을 이용해 국민을 죽음으로 몰았던 재벌과 검찰과 언론 권력도 있습니다. 우리는 대통령 위에 군림하거나 그늘에 숨었던 보이지 않았던 권력과 우선 싸워야 합니다. 누가 그들과 싸우겠습니까? 뒤축이 닳은 구두를 신고, 약자를 찾아 손잡아 주고, 흐느끼는 이들을 안아주고, 허물을 먼저 드러내서 질정을 바라는 사람이 아닐까요. 당신은 5년 후 어떤 나라를 꿈꾸십니까? 저는 청소년들에게 경쟁과 성공이 아니라, 정직함과 정의로움을 가르칠 수 있는 나라를 꿈꿉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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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들을 위해 흐느끼지 않으면 누굴 위해 흐느끼랴!지난 3월 24일 세월호는 거의 3년의 시간을 바다 속에 잠겨 있다, 박근혜전대통령이 파면되어 구속 수감되고 나서야 비로소 인양이 시작되어 떠올랐습니다. 우리는 세월호가 물속으로 가라앉는 모습과 승객의 안전을 책임져야 할 승무원들이 가라앉는 배 안에 승객들을 머물게 하고 먼저 탈출하는 모습, 국민의 생명을 보호할 의무가 있는 정부기관인 해경이 승객을 구조하려는 어떠한 노력도 하지 않고 책임을 회피하고 전가만 하는 모습, 거짓 눈물과 거짓 사과로 넘기려는 위선과 끝까지 거짓말로 국민을 속이려는 낯 두꺼운 대통령의 모습도 보았습니다. 그 뿐만이 아니었습니다. 세월호는 바다 속에 잠겨 있고, 까닭도 모르고 죽어간 희생자와 그 가족들의 아픔이 있고, 아직 차가운 바다 속 배 안에 남겨진 희생자가 있는데도, “세월호 지겹다”, “가족들 그만하라”하고 말하는 우리들의 모습을 보았고, “그 정도면 많이 받은 거 아니냐.”하며 희생자 가족을 채 피지도 못한 어린 자녀의 죽음으로 돈을 벌려는 악덕 부모로 모는 우리들의 모습도 보았습니다. 한편 생계를 팽개치고 자신을 희생하며 시신을 건져 올리던 민간잠수사도 보았고, 희생자 가족을 위해 3년 가까운 기간 분향소를 지키고 상주 역할을 하는 우리들의 모습도 보았고, 기어코 ‘세월호 참사’의 진실을 밝히기 위해 분투하는 우리들이 모습도 보았습니다. 물론 죽음은 우리 가까이 있습니다. 오늘도 수많은 사람이 죽었을 것입니다. 하지만 세월호 희생자들을 생각하면 손만 내밀면 건져 올릴 수 있는데도 구하지 못한 형제자매나 아들딸처럼 너무나 애통합니다. 아끼던 제자 안연의 죽음을 맞아 슬픔을 참지 못해 흐느껴 울고 아들처럼 대하지 못해 안타까워하는 공자의 모습을 되새겨 보겠습니다. 顔淵死, 子哭之慟. 從者曰 “子慟矣.” 曰 “有慟乎? 非夫人之爲慟 而誰爲.” 顔淵死, 門人欲厚葬之. 子曰 “不可.” 門人厚葬之. 子曰 “回也 視予猶父也, 予不得視猶子也. 非我也 夫二三子也.” 「선진(先進)」 (제자) 안연이 죽자, (공)선생님이 곡을 하시다가 흐느껴 울었다. 제자들이 소곤거리기를 “선생님이 흐느껴 우신다.” (선생님이 그 말을 듣고) 가라사대 “흐느껴 울더냐? 저 사람을 위해 내가 흐느끼지 않는다면 누구를 위해 흐느끼겠느냐?” 안연이 죽자, (공자의) 제자들이 안연을 후하게 장례 지내고자 하였다. 선생님 가라사대 “아서라, 안 된다.” (그런데도) 제자들이 후하게 장례 지냈다. 선생님 가라사대 “안회는 나를 보기를 아버지처럼 대했는데, 나는 회를 아들처럼 대할 수가 없구나. 내 잘못이 아니다, 진실로 너희들 때문이구나.” 안회는 어린 나이에 제자로 입문하여, 오랜 세월 공자문하에서 학문을 배우고 익히며, 어려운 시절에도 곁을 지켰던 아끼던 제자였습니다. 공자의 삶은 불우하여 만년에 아들이 죽고 얼마 지나지 않아 아끼던 제자 안회도 죽었습니다. 선생이 제자를 조상(弔喪)-남의 죽음에 대해서 애도하고 슬퍼함)하는 자리에서 슬픔을 참지 못하고 흐느껴 울고 맙니다. 제자들이 그 모습을 보고는 수군거리자, 그때서야 정신을 차리고 울음을 그칩니다. 슬픔의 눈물이란 이런 것입니다. 안회의 집안은 가난하여 후하게 장례를 치를 여력이 없었습니다. 그런데도 제자들이 안회의 덕이 높으니 후하게 장례를 치르려합니다. 공자는 안회의 가난한 삶과 덕을 높이 샀고, 당신의 아들인 백어도 간소한 장례를 치렀기에 소박하게 장례를 치르라고 합니다. 그런데도 결국 제자들은 권위를 세우기 위해 후하게 장례를 지냅니다. 공자는 끝까지 안회의 뜻을 지켜주지 못하고, 인간적으로 대하지 못한 아쉬움을 ‘내 탓이 아니라, 너희들이 안회를 내게서 멀어지게 하는구나!’라는 말로 토로하였습니다. 우리는 아직 세월호가 왜 침몰했는지 정확히 모릅니다. 왜 승무원들은 희생자들을 침몰하는 배에 머무르라고 했고, 왜 해경은 그들에게 탈출하라고 소리치지 않고 구조하려고 애쓰지 않았는지 모릅니다. 손 내밀면 구할 수 있는 곳에서 우리의 동생들과 아들딸들은 죽어갔습니다. 왜 죽었는지 왜 구하지 못했는지 밝히지 않으면 그리고 우리가 살기 위해 그들을 잊으면, 또 우리의 동생들과 아들딸들은 죽어갈 것입니다. 슬픔의 눈물은 진실의 밝음으로만 마를 것입니다. 진실이 밝혀지는 순간까지 우리는 기억해야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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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인이 편히 여기고 청년이 사랑하는 대통령.‘깨끗하고 투명하고 유능한 정부를 반드시 만들어서 국민 여러분의 신뢰를 얻겠습니다.’하는 말로 취임사를 했던 박근혜 전대통령은 깨끗하지도 않고 투명하지도 않으며 국민을 안전하게 지키지도 못하는 무능한 정부가 되도록 헌법과 법률을 어겼다는 이유로 파면되었습니다. 국민의 신뢰를 얻지는 못하고 도리어 국민의 저항만을 얻었을 뿐입니다. 그 사이 대한민국에는 길거리에서 폐지를 주워 겨우 생활하는 노인들이 늘었고, 삶이 불안하여 결혼과 출산을 포기하는 젊은이들도 늘었습니다. 대한민국은 국민이 행복한 나라가 아니라 탈출을 해야 하는 지옥 같은 나라가 되었습니다. 우리들은 지난겨울 잠깐 눈감으면 된다는 유혹을 이기고 추위와 어둠에 굴하지 않고, 겨우 내 앞을 밝히는 촛불을 들고 광장에 모여, 똘똘 뭉쳐 뜨겁고 환해진 거대한 촛불로 부정과 협잡과 거짓의 장막으로 가려진 청와대와 대한민국 정부에 드리운 어둠을 몰아냈습니다. 이제는 겨울을 지나 봄이 왔습니다. 우리는 이제 다시는 대한민국에 부정과 부패, 협잡과 거짓의 장막이 드리워지지 않도록 하여야 합니다. 4월을 지나 5월이 되면 우리는 지난겨울 추위에 굴함 없이 싸워 얻은 대가로 새로운 대통령을 뽑습니다. 5월 대통령선거를 앞두고 많은 후보들이 자신이 새로운 대통령이 되겠다고 목소리를 높이고 있습니다. 우리는 어떤 대통령을 뽑아야 할까요? 훌륭한 지도자가 지녀야 할 덕목이 무엇인지 공자에게 들어보겠습니다. 顔淵 季路 侍. 子曰 “盍各言爾志?” 子路曰 “願車馬衣輕裘 與朋友共 敝之而 無憾.” 顔淵曰 “願無伐善 無施勞.” 子路曰 “願聞子之志.” 子曰 “老者安之, 朋友信之, 小者懷之.”「공야장(公冶長)」 (제자) 안연과 계로가 선생님을 모시고 있었다. 선생님 가라사대 “너희들 각자 마음에 세우고 있는 뜻을 이야기해보지 않겠느냐?” 자로가 먼저 “수레와 말, 옷과 가벼운 가죽 외투를 친구와 함께 쓰다가 낡고 해지더라도 섭섭한 마음이 없기를 바랍니다.”하고 말했다. 이어 안연이 “잘하는 것을 뽐내지 않고 공로를 자랑하지 않고자 합니다.”하고 말했다. 자로가 “선생님께서 마음에 품고 있는 뜻도 듣고 싶습니다.”하고 말하자, 선생님 가라사대 “늙은이들이 편안하게 여기고, 친구들이 믿음직스럽게 여기며, 젊은이들이 그리워하는 사람이 되고 싶구나.” 안연과 계로, 즉 자로는 공자가 가장 아꼈던 두 제자입니다. 안연은 학문과 수행이 아주 깊었고, 자로는 용맹하고 의를 실천하는 데 견줄 사람이 없었습니다. 어떤 상황인지 정확히 알 수는 없지만, 셋이 있는 자리에서 스승인 공자가 제자인 안연과 자로에게 넌지시 추구하는 바를 묻습니다. 성품대로 자로가 먼저 재물에 욕심내지 않고 나눠 쓰고 베푸는 삶을 살겠다고 말합니다. 이어 안연은 비록 선생님의 가르침을 열심히 익히겠지만 자랑하지 않는 삶을 살겠다며 모범생다운 답을 합니다. 괜히 자랑을 한 것 같아 머쓱해진 자로가 공자에게 선생님 당신이 추구하는 바를 묻습니다. 공자는 평생 나라를 부강하게 하고 국민을 편안하게 하려고 애쓴 정치인입니다. 그런 공자의 대답은 ‘노인들이 편히 여기고, 친구들이 믿고, 젊은이들이 사랑하는 사람이 되고 싶다.’라는 너무나 간결한 것이었습니다. 노인들을 편안하게 만들어주면 그들이 편안하게 여길 것이고, 친구들에게 신뢰를 쌓으면 친구들이 믿을 것이고, 젊은이들의 앞날을 위해 노력하면 그들이 또한 잊지 않을 것이다. 곧 다가올 5월에 우리는 대한민국을 부자들과 권력자들이 편히 살 수 있는 나라가 아니라 늙고 가난한 사람과 약한 사람들이 편히 살 수 있는 나라로 이끌 사람을 대통령으로 맞이하길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