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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명(울림) 그리고 신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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귀향부부의 좌충우돌 시골살이

공명(울림) 그리고 신명.

농 무

신 경림

 

징이 울린다 막이 내렸다

오동나무에 전등이 매어 달린 가설 무대

구경꾼이 돌아가고 난 텅 빈 운동장

우리는 분이 얼룩진 얼굴로

학교 앞 소줏집에 몰려 술을 마신다

답답하고 고달프게 사는 것이 원통하다

꽹과리를 앞장세워 장거리로 나서면

따라붙어 악을 쓰는 건 쪼무래기들뿐

처녀 애들은 기름집 담벽에 붙어 서서

철없이 킬킬대는구나

보름달은 밝아 어떤 녀석은

꺽정이처럼 울부짖고 또 어떤 녀석은

서림이처럼 해해대지만 이까짓

산 구석에 처박혀 발버둥친들 무엇하랴

비료 값도 안 나오는 농사 따위야

아예 여편네에게나 맡겨 두고

쇠전을 거쳐 도수장 앞에 와 돌 때

우리는 점점 신명이 난다

한 다리를 들고 날라리를 불거나

고갯짓을 하고 어깨를 흔들거나

 

임 꺽정이 살았던 시대나 신 경림 시인이 농무를 노래하던 때나 지금이나 농촌의 현실은 매한가지다.

 

정말 시골 구석에 처박혀 발버둥친들 비료값도 안 나온다게다가 여편네에게 맡겨 두어도 제기럴~~농사로 골병 든 몸을 치료하러 다니다 보면 약값과 치료비가 훨씬 많이 나올 지경이라 이제는 논을 아예 철쭉 꽃밭으로 내놓는 경우도 많다.

 

나는 시골에 내려와 7년 정도 부모님남편 도와 부지런히 농사를 지었지만 농사는 해도 해도 끝이 없었다.

 

제 철 농사를 지어서는 돈이 별로 안 되다 보니 하우스를 지어서 철모르는 농사도 지어 봤지만 쉬운 일이 아니었다.

 

오히려 내가 현대판 농노가 된 것 같은 자괴감까지 들었다이러한 상황에 사람들까지 도시로 빠져나가니 언제부터인가 시골에는 농무가 사라졌다.

 

6월은 한창 바쁜 절기이다보리 수확에 감자마늘양파 캐기그리고 모내기에 각종 콩 심기 등 부지깽이라도 데려다 놓고 일을 시키고 싶을 만큼 눈코 뜰새 없는 6월 농사철에 옛날 사람들은 꽹과리징을 울리면서 그리고 노동요를 부르면서 신명을 내서 일을 했고여름 농사가 마무리 지어지면 풍물을 치면서 그 힘든 농사일을 마친 걸 위로하고 축하하는 자리를 만들었다.

 

지금도 이 곳 구례에는 써레지침이라고 해서 6월달에 농사일로 애쓰신 마을 어르신들을 모시고 식사대접을 하는데여기에 농무는 사라져 버리고 공동체 식사만 남아 있어 아쉬움이 많다.

 

그리고 단오추석가을걷이나 정월 대보름 등 우리 민족은 시시때때로 풍물을 울리면서 살아왔는데이젠 이곳 시골에서도 정월대보름에나 그 소리를 듣는 정도이다.

 

이젠 조금 다른 이야기를 해 보고자 한다얼마 전 우리 집 창고에 방을 다 들이고 나서 함께 풍물 치는 엄마들에게 풍물을 울리며 지신밟기도 해 달라고 부탁을 하였다.

 

그 때 마침우리 창고방 일을 도와주셨던 동네 목수 아저씨도 와 계셨다.

 

우리가 마당을 한 바퀴 돌다가 방 앞에서 액맥이 타령도 부르며 악을 치자 방에 계시던 목수 아저씨가 밖으로 나오시더니 주변에 있던 신문지를 돌돌 말아 등에다 넣으셨다.

 

그러더니 갑자기 공옥진 선생이 추시던 것 같은 ㅇㅇㅇ춤을 추는 것이었다.

 

어릴 적 TV에서나 보았던 그 춤그러나어린시절 에는 무슨 저런 이상한 춤을 추는 것일까?’하고 생각되던 춤이었다그런데사십 중반이 넘어 그 춤을 직접 보니 마음이 뭉클뭉클울컥울컥내 마음 깊은 한 자락을 울리는 것이었다.

 

우리는 모두 어느 한 쪽ㅇㅇㅇ이구나ㅇㅇㅇ임을 들키고 싶지 않아서 혹은 차마 말할 수 없어서 숨기면서아득바득 애쓰면서포장하면서 살아오고 있구나우리 모두 측은한 인생들이로구나위로받을 존재들이구나.’

 

이런 생각이 들었다공간에 함께 있던 엄마들도 그 춤에 감동을 받은 표정이 역력했다.

 

그러다 보니 우리가 치는 풍물과 아저씨의 춤이 서로 공명을 하면서 뭐라 말할 수 없는 깊은 울림을 만들어 내었다.

 

풍물굿과 춤이 어우러진 신명나는 판이 끝나고 나서 아저씨 하시는 얘기가 20년만에 이 춤을 풀어 냈다고 한다.

 

춤을 안 춘지 오래 되었는데우리가 치는 순수한 풍물소리에 이끌려 저절로 춤을 추게 되었다고 하신다고맙고 고마웠다우리는 덕분에 우리 본연의 영혼 한 자락을 만진 듯한 느낌을 받게 되었다.

 

공명은 특정 진동수(주파수)에서 큰 진폭으로 진동하는 현상이라고 하고공명의 조건에서 진동체가 서로 연결되어 있는 경우에는 에너지의 교환이 쉽게 이루어진다고 한다.

 

나는 공명에 대한 과학적 지식을 잘 모른다그러나내 몸과 마음으로 체험한 공명에 대해 얘기하자면공명은 우리를 근원으로 이끌어가는 힘이 있고우리가 하나라는 것(에너지의 교환)을 느끼게 해 주고공명을 지나 신명으로 이어지는 삶을 살 수 있게 한다는 것이다.

 

특히우리의 풍물이 그런 역할을 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코로나로 인해서 우리의 삶이 수많은 어려움과 제약을 받고 있다고 생각되는 이 즈음이제 도시로 떠나갔던 많은 사람들이 시골로 돌아왔으면 좋겠다.

 

물질이 중심이 되는 세상을 지나 생명이 존중받는 세상으로 농사를 지으면서혹은 내가 하늘로부터 받은 선물을 나누면서 서로 섬기면서풍물굿과 춤을 추면서 그렇게 우리 서로 공명하고서로 신명나는 삶을 살았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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