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05.14 (화)
2020년 폭우
장 진희
하늘이 노했다
땅이 노했다
지구가 무섭다
바다도 강도 계곡도 산도 무섭다
하늘에서 천둥소리 요란하고
개울 속에서도 바윗돌 구르는
천둥소리 끊임없다
개울가 집
개울물 넘칠까봐
개 목줄부터 풀어준다
옷가지 가방에 싸고 노트북 챙겨
좀 높은 곳에 세워둔 차에
실어 놓는다
밤새 잠 못자고 들락날락
개울물 수위를 지켜본다
싸다 싸
목숨 하나 살자고
하늘 땅 못살게 군 댓가
집안을 살펴보니
밭에 내어 호박 참외 배추거름
되어야 할 똥오줌
수세식 변기로 흘려보내고
주방에는 비닐 봉다리 플라스틱 통들
한 번 먹자고 생수 펫트병 하나
쓰레기통에는 수명 다한 전구까지
이 뿐이랴
이 오만 물건 만드려고 공장 굴뚝은
쉬임없이 하늘을 괴롭히고
세탁기 냉장고 전등 컴퓨터
이 전기 만드느라 지구를 얼마나 위협하는가
눅눅하다 돌리는 보일러 기름
책꽂이의 책들
어느 것 하나 죄 아닌 게 없구나
그래도 살겠다고
기름 매연 자동차 타고 도망갈 궁리를 하고 있구나
고스란히 잠겨도 달게 받아야 할 목숨
올 여름, 엄청나게 내리는 폭우와 장마비 속에서 여러 지방 도시들이 수해를 입었고, 구례, 곡성, 하동도 섬진강 댐 방류로 인해 크나큰 수해를 입게 되었다.
특히 구례는 읍 근처에 있는 서시천 둑방길이 무너지면서 구례읍의 저지대 지역은 말할 것도 없고, 지대가 낮은 여러 면들이 물에 잠겨 정말 말 그대로 숟가락 하나 못 건지고 나온 집이 허다했다.
하우스 농가의 농작물들은 모다 물에 잠기고, 골재는 아예 쓰러지고, 이제 조금 있으면 벼꽃이 필 나락들은 온통 물에 잠겨 녹아버리고, 소를 많이 키우는 마을은 소들이 물에 둥둥 떠내려가 어디에서 죽은지도 모르고, 혹은 축사에서 목이 매여 죽어 있거나 혹은 어떻게든 살아보겠다고 저 높은 축사 지붕 위, 또는 높은 암자에 올라가고, 때로는 무인도까지 흘러가 구사일생으로 살아남은 소들도 있었다.
기나긴 장마기간이 끝나고 사람들은 두렵고, 떨리고, 분하고, 억울하고, 마음이 주저앉는 상황속에서 체육관이나 큰 강당 같은 곳에서 심란허게 합숙생활을 하며 수해복구에 나섰다.
민관이 협력하여 큰 일부터 작은 일까지 함께 힘을 모으고, 감사하게도 여러 지역에서 자원봉사자들이 달려오고, 후원금과 여러 반찬거리, 생필품들을 보내오고, 또 젊은 군인들이 와서 힘과 손이 많이 들어가는 일들을 처리해 주어 서서히 회복의 기미가 보였는데, 웬걸! 또다시 코로나가 확산되는 상황이다 보니 복구가 주춤하게 되고, 여기에 태풍까지 들이닥친다. 다행히 큰 피해 없이 지나가긴 했지만...
이게 도대체 뭔 일이랴! 이러한 재난의 연속들이 기후위기 때문이란다. 인간의 편리만을 위한 욕심으로 여기까지 왔다고 한다. 누군가의 말씀을 여기에 실어본다.
“어째 우리가 이러고 산다냐? 아이고 죄 받겄다. 너머 늦었다고 하드라. 인자 죽을 수밖에 없닥 하드라. 그래도 사는 날까지는 죄닦음 하고 살아야 쓰겄다. 인자 태어난 우리 새끼들은 뭔 죄냔 말이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