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05.15 (수)
새들의 부산한 움직임으로 시작하는 아침. 아침부터 신혼 까치 부부는 부지런하다.
우리 집 앞 전망 좋은 노랑 팽나무에 앳된 신혼 부부가 집을 짓기 시작한 것이다.
둘은 신혼의 단꿈에 부풀새도 없이 열심히 일을 한다.
한 마리는 물어 나르고, 또 한 마리는 그것을 이리도 놓았다가 저리도 놓았다가 한다. 물어오던 역할을 하던 까치도 간혹 나뭇가지를 이리저리 옮기기도 한다.
한 번에 그냥 딱! 놓는 것이 아니라 나뭇가지를 이리저리 옮겨가며 최상의 설계와 완벽한 시공을 하는 것이다.
새들이 집을 짓는데 보통 내공이 있는 것이 아니다. 부실공사란 있을 수 없다.^^
이 까치 부부가 집을 짓는 기간을 봤더니 약 20일 정도는 몸서리나게 나뭇가지를 물어 나른다. 내가 새참이라도 해다 주고 싶을 정도로 쉴 참 없이 일을 한다.
그런데, 비 오는 날 공사현장이 쉬는 것처럼 새들도 쉬었다. 지난번에 이틀정도 비가 내리니 까치 부부도 일을 안하고 어디에선가 쉬는 듯 했다.
20일 정도에 집 꼴이 어느 정도 갖추어지자 약 열흘 정도는 마지막 잡도리(단단히 준비하거나 대책을 세움)로 전보다는 쉬엄쉬엄 일하며 집을 더욱 탄탄히 하는 작업을 했다.
해서 드디어 한달여만에 집이 완성되었다.(이후 한 열흘 정도 더 마무리 작업을 한 것 같긴 한데, 그다지 눈에 띄지는 않았다.) 까치들이 우리를 집들이에 초대해주면 단박에 달려갈 텐데 아쉽게도 우릴 부르질 않는다.
창가에 앉아 한달여 가까이 그들의 집 짓는 과정을 지켜보면서 그들에 대한 경외감이 일었다. 저 신혼 부부가 이제 둥지에서 잘 살면서 알콩달콩 알을 낳아 새끼를 까고, 키우고, 그러는 와중에 비바람도 태풍도 몰려오겠지. 그래도 집은 끄떡 없을테고...
그리고, 오랜만에 개똥지빠귀 새도 본다. 아침에 일어나니 마당의 살구나무 가지에 한마리 새가 앉아 있어 누군고~~ 하고 한참을 바라보니 ‘아~~개똥지빠귀다!’하는 필이 딱 왔다. 굿모닝! 개똥지빠귀!
아침을 하러 부엌에서 통유리창으로 뒤안 텃밭을 내다보니 온갖 작은 새들이 몰려와 잔치를 벌이고 있다.
오른쪽은 참새 무리, 왼쪽은 뱁새 무리(붉은 머리 오목눈이), 가끔 들고 나는 박새와 딱새와 노랑턱멧새...
오늘은 유난히도 새들이 몰려와 아침을 먹는데, 뒤안 두엄자리에서 뭔가 맛있는 먹이를 발견했나 보다.
그 작은 새들이 부산히 움직이며 아침을 먹는 모습이 무척이나 발랄하고 경쾌하다. 나도 끼워달라고 하고 싶다.
아침에 오랜만에 순두부국을 끓였다. 멸치, 다시마 육수를 낸 다음 뚝배기를 꺼내 파, 고춧가루 기름을 내고 거기에 육수를 붓고 순두부와 달걀 한 알을 넣고 간장과 새우젓으로 간을 맞추었다.
다른 냄비에 돼지고기 볶음이 있어 그것도 조금 넣었다. 그랬더니 시중에서 하는 순두부 저리 가라 할 정도로 넘넘 맛있다.
아직은 쌀쌀한 아침에 뚝배기 순두부국은 진리다! 둘째는 아쉽게도 순두부국이 다 만들어지기 전에 학교에 갔고, 큰애랑 막내는 따끈하게 잘 먹었다.
둘째가 먹을 양을 남겨 두었더니 학교에서 돌아와 저녁에 맛보더니 엄지척!을 해준다.
아이를 낳고 엄마가 되다 보니 내가 만든 음식을 아이들이 맛있게 먹고, 엄마음식 최고!라고 칭찬을 해주고, 그 음식으로 이런저런 추억을 쌓아가는 일이 참 아름다운 순간들이다.
저 엄마까치도 새끼가 태어나면 부지런히 먹이를 잡아다 먹이고, 새끼들은 받아 먹으며 우리 엄마 최고!를 외치겠지.
어릴 적 봄이면 여린 쑥을 뜯어 끓여주신 할머니의 쑥국, 더운 여름날, 할머니의 뜨거운 팥칼국수와 엄마의 고소한 콩국수, 엄마가 외출하시고 안 계신 날 아빠가 가마솥에 만들어 주신 비빔밥의 추억(그것이 내 생애 가장 맛있는 비빔밥이었다)
가을걷이 끝난 논에서 잡은 살찐 미꾸라지로 엄마가 끓여주신 추어탕, 가을에 저수지 수로를 따라 돌아다니던 민물새우를 잡아 만들어주신 할머니의 토하젓, 한겨울 눈쌓인 길을 면에서 한 시간 거리인 시골 동네까지 수레를 끌고 올라와 두부를 팔았던 두부장수. 그 귀한 두부를 사서 끓여주셨던 엄마의 두부된장찌개, 추운 겨울날 뜨거운 김 호호~~불며 먹었던 세상 맛있던 두부된장찌개... 이렇게 맛있는 음식과 그리운 추억들이 오버랩되면서 어린 시절은 행복한 기억으로 남아있다.
오늘 저녁은 무엇을 먹으며 아이들과 추억을 쌓을까?
올해안에 까치 새끼들은 다 자라 둥지를 떠나겠지.(30일 정도면 거의 다 자라 떠난다고 한다. 그렇게나 빨리?) 나는 아직 한참 우리 삼둥이를 키우고 있는 중인데, 나에게도 어느덧 아이들을 떠나 보내야 할 날이 성큼 다가오겠지.
떠나 보내기 전 아이들과 함께하는 지금의 이 시간들을 소중히 여기며 맛있는 음식, 좋은 추억들도 새록새록 쌓아가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