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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콩을 치는 골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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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운태의 골프이야기

‘콩을 치는 골퍼’

 


‘연습 벌레’ 라고 불릴 정도로 성실하고 열심히 연습장을 나오는 친구가 있었다. 이 친구의 연습 강도는 남 달랐는데 한 번 시작하면 끝날 때까지 쉬는 법이 없었다. 사람들은 간간히 담배를 피우거나 차를 마시기 위해 모여 잡담을 하다 시간을 허비하기도 하지만, 자신에게 부여된 시간을 남김없이 연습하는데 쓰는 친구였다. 하루는 연습하다 땀을 닦으려고 클럽을 쥐고 있던 왼손을 펴려는데, 손가락이 움직여지지 않고 그립에 붙어버린 느낌이 들더라고 말한 적이 있다. 조개에 달라붙은 불가사리처럼 손가락이 그립을 움켜쥐고 있어 오른 손가락으로 하나씩 하나씩 떼어놓았다고 말하면서 계면쩍게 웃었다. 한 번도 연습 시간을 허투루 낭비하지 않는 친구였다.


한 동안 연습장에 안 보여 무슨 일이 생겼나 했는데 시골로 발령이 났다고 했다. 워낙 골프를 좋아하는 사람이라 시골에서도 그냥 지내지는 않았을 것 같아 물었더니 ‘역시나’ 였다. 발령 난 곳이 바닷가에 가까워서 점심 식사 후에는 백사장에서 ‘벙커 샷’연습을 하고 일과가 끝나면 실내에서 연습을 했는데, 사무실 바닥에 의자에 깔던 대나무 방석을 놓고 시장에서 사 온 콩을 치는 연습을 했다고 했다. 콩을 맞추는 연습은 아이언의 다운 블로를 확실히 느낄 수 있고 임팩트 순간의 감을 찾을 수 있어 좋았다고 부연해 주었다. 


고대 그리스의 철학자 헤라클레이토스는 ‘사람들은 같은 강에 발을 담그지만 흐르는 물은 늘 다르다’는 말을 했다. 그 말을 처음 들었을 때 인생에 대한 깊은 성찰과 흐르는 시간 속에서 삶을 대하는 태도에 관해 생각하게 되었다. 어느 날 연습장에서 빈스윙을 하는데 이 말이 생각났다. 주변을 둘러보니 조금 빠르고 느리다는 개인차는 있을지언정 각각 일정하게 자신의 루틴을 지키며 사람들이 스윙에 몰입하고 있었다. 연습장에서는 일정한 방향을 설정하고 같은 스윙을 해보지만 칠 때마다 매번 다른 느낌이 들었다. 평평한 연습장 매트에서 같은 클럽으로 매번 같은 마음으로 같은 스윙을 하면서 같은 결과가 나오길 기대하지만 꼭 같은 결과는 나오지 않았다.  헤라클레이토스가 했던 말은 인생을 강에 비유했던 명언이지만 골프에 적용하면 이렇게 될 것 같다. “사람들은 매번 같은 스윙을 하지만 느낌은 늘 다르다.”


골프 라운드를 할 때는 머릿속이 혼미해서는 안된다. 좀 전에 잘못 친 샷을 머릿속에 갖고 있어서는 안 된다. 흐르는 물이라고 생각해야 한다. 늘 새로운 강물이 오고 그 강물에 발을 적신다고 생각해야 한다. 흘러간 물을 떠올려서는 안 된다. 다가오는 상황은 새롭고 처음이고 다시 시작한다고 생각해야 한다. 매 홀마다 비슷한 경우는 있어도 꼭 같은 상황은 없다. 스스로에게 자신감과 집중할 기회를 주어야 한다. 그럴 때 확신이 생긴다. 자기 확신이 강한 사람들이 대개 그렇지만 스스로에 대한 믿음으로 무장하게 된다. 자신에 대한 믿음만큼 중요한 것이 있을까. 그럴 때 골퍼는 명쾌해진다. 망설임이 없이 확신에 찬 샷과 스트록을 하게 된다. 드라이버는 명징한 소리를 내고 그린은 명료해지기 때문이다.


나에게 골프를 가르쳤던 선생님은 ‘모든 스윙은 같다. 퍼팅은 가장 작은 스윙이다.’ 라고 말했다. 항상 이 말을 가슴에 담았다. 퍼팅을 할 때도 드라이버를 칠 때도 리듬과 템포만 생각했다. 그 이상의 기술적인 부분은 따로 연습장에서 논의했지만 ‘모든 스윙은 같다’고 마음속으로 정리하고 나면 마음이 편해지고 두려움이 사라졌다. 


연습을 열심히 하던 친구는 로우 핸디 골퍼가 되어있지만 지금도 여전히 연습 중이다. 그가 친 것이 콩이었는지 솔방울이었는지는 알 수 없다. 

그리고 그립을 쥐고 있던 손가락을 떼어 내면서 무슨 생각을 했는지 알 수없다. 

하지만 분명한 것은 움켜쥐고 있었다는 것이고, 그것이 삶이기도 골프이기도 하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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