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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심당(下心堂)과 석탄주(惜呑酒)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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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월정의 주말엽서

하심당(下心堂)과 석탄주(惜呑酒)

하심당(下心堂)과 석탄주(惜呑酒)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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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상훈 수필가

 

 

 

 

하심당(下心堂)!


마음을 내려놓는 집!


가슴이 뻥 뚫린다고요? 아니, 하심당? 도대체 이 알 듯 모를 듯한 곳은 어디야?


그곳에 바로 달려가고 싶은데?


! 맞습니다. 뚫리거나 달려가고 싶은 그런 충동을 틀림없이 느끼게 될 것입니다. 하심당은 바로 그런 곳입니다.


하심당 당주(堂主)의 주법강독은 명쾌합니다.


"술 주()자를 쓰려면 세 개의 점()으로 시작됩니다. 이 세 개의 점 즉, 삼수변은 물 수()자를 상징하는 것으로서 내 나름대로 풀이한다면 술을 마실 때는 한 가지 술로 시작해서 두 잔만 마시되 석 잔 이상은 되도록 삼가라는 뜻이지요. 또 술을 마실 때는 마치 닭()이 물을 마시듯 한 방울, 두 방울, 세 방울, 이렇게 쪼아 마시듯 조금씩, 조금씩, 조금씩 그 맛을 음미하면서 마시라는 것입니다. 그리고 술 주()자가 삼수변 옆에 닭 유()자가 있는 이유는, 낮엔 되도록 술을 가까이하지 말고 최소한 유시(酉時, 오후 5~7)는 넘어서 마셔야 한다는 깊은 뜻이 내재해 있습니다."


마음을 내려놓은 하심당에서 물 맑고 공기 좋고 인심 넉넉한 주인장이 내놓은 차를 마시면서 그의 집과 석탄 주와 녹차 제조법 등의 유려한 해설을 듣고 있노라면 가끔 내가 신선이 되어가는구나! 하는 착각에 빠질 때가 있습니다.


이런 내 친구는 대나무 고을로 유명한 슬로우시티의 고장인 담양군 창평면에 있는 하심당 당주인 우경(愚耕) 선생을 이르는 말입니다. 그는 홍주 송 씨 12대 종손으로서 600여 평 대지의 150년 된 집에서 고가체험을 운영하고 있습니다. 고가체험뿐만 아니라 녹차를 직접 덖어 시음, 판매도 하고 조상 대대로 전해오는 석탄 주를 곱게 빚어내는 방법을 계승해서 전수하는 작업을 수십 년 해 온 결과 이제 그 농익은 경험을 바탕으로 사업을 후대에까지 전승시켜서 곧 명인의 반열에 오를 수 있는 인물입니다.


물과 누룩과 찹쌀로만 빚은 석탄 주는 아낄 석(), 삼킬 탄(), 술 주()자로 너무 빛깔이 곱고 맛이 좋아 목으로 넘기기에는 차마 애석하다는 뜻이 있는 홍주 송 씨 종가의 종주만이 제조기술을 알고 있다는 전통주입니다. 나 같은 비주류 인사도 이 향기 짙은 술만은 몇 잔씩 마실 수 있어서 아주 매력적인 술인가 동시에 전국적으로 그 명성이 자자해지고 있는 그들만의 비법으로 빚은 전통주가 되겠습니다.


지난 323일 춘분이 지난 이튿날 홍매화가 만발했던 하심당에서 나는 석탄 주에 흠뻑 취했던 추억이 있습니다. 아니 어쩌면 홍매화의 진한 향기에 취했는지, 우경 선생 내외의 넉넉한 인품에 취했는지 모르겠습니다. 하여튼 홍매화의 진한 향기와 석탄주의 나긋한 향기와 우경 선생의 곰삭은 향기에 취해서 우리 부부는 하심당의 전통 고가에서 하룻밤을 꿈같이 보냈던 것입니다. 하심당에서 고가체험을 해 보신 분들은 바로 이해가 되리라 생각합니다


하심당 당 주와 각별한 나는 심신이 고단하거나 특히 뭔가 풀리지 않는 일이 생겼을 때는 이곳에 들러 향이 좋은 발효차나 삼키기에는 차마 아까운 석탄 주를 마신 후 당주로부터 조언을 들으면서 느린 걸음으로 뒷산을 산책하면 바로 문제가 풀리는 경험이 있어서 더러 찾아가겠다고 스스로 떼를 쓰는 곳이기도 합니다.


최근에는 강남 코엑스의 국제 술 박람회에 석탄 주를 소개해서 외국의 바이어를 비롯하여 무역상, 중간상, 대기업의 주류담당 인사들이 좋은 반응을 보였다고 하니 박수를 보내며 축하드립니다.


기왕에 이야기가 나온 김에 좀 더 하심당을 설명하자면, 집의 구조는 입구에 400년 된 매화나무의 자목(子木)인 두 그루의 홍매화 나무가 좌우에 있고, 중앙에는 잘생긴 석류나무가 한 그루 있습니다


그 뒤로는 고가 체험하는 사랑채가, 오른쪽으로 돌아가면 본채가 그 위용을 드러내듯 좀 오만한 자세로 높다랗게 버티고 있습니다. 본채 뒤에는 석탄 주를 빚는 주조실과 녹차를 만드는 제다실이 있고, 왼쪽에는 작은 폭포, 오른쪽에는 100년 된 박달나무와 80년 된 푸조나무가 기묘한 형상으로 똬리를 틀고 있는 연리목이 있습니다


그 바로 아래에는 하얀 수련이 피어 있는 작은 연못이 다소곳한 정취를 느끼게 합니다. 담장이 실하게 축조된 길 위로 아름드리 수목이 우거진 울창한 숲길이 이어지면서 표고버섯을 기르는 산책길이 나옵니다


1km가 넘는 산책길에는 수백 그루의 왕벚나무가 식재되어 군락을 이루고 있는데, 요즘은 대나무 숲에서 댓잎과 댓잎이 부딪치며 서걱거리는 소리에 청량함을 온몸으로 느낄 수 있을 것입니다. 언제, 어느 때고 추천해도 결코 누가 되지 않은, 남도의 숨은 보석과도 같은 하심당입니다.


마음이 소란스러워졌습니다. 코로나 19로 꽉 막혔던 여행길이 봇물 터지듯 밖으로 밖으로 나가는 주말이라서 온 나라가 시끌벅적합니다. 폭염으로 소란스러운 마음을 다잡을 겸 하심당으로 가기 직전에 신선 되는 연습 삼아 마음을 다스리면서 글을 써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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