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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사랑에 대하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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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수사람들과 함께하는 인문학산책

첫사랑에 대하여

첫사랑에 대하여

이민숙.png

이민숙 여수 샘뿔인문학연구소 소장, 시인

 

 

 

몇 년 전 몽골에 처음 발을 딛고 난 후, 다시 한 번 몽골 여행을 다녀온 후, 무슨 이유인지 그 어떤 곳보다 더 또다시 가고 싶은 곳이 된 몽골, 세 번째 여행을 앞두고 있다. 왜일까? 스스로에게 물어본다. 그토록 끌리는 이유는?

 

 

금세 머리를 개운하게 정리해주는 것, 간단하다. 한없이 넓은 초원과 그 맑은 하늘과 달빛과 별빛이다. 광활함에 대해 막연한 동경을 하게 된 건 어릴 적 읽었던 시 <광야>를 통해서였다.

 

 

까마득한 날에

하늘이 처음 열리고

어데 닭 우는 소리 들렸으랴

 

 

모든 산맥들이

바다를 연모해 휘달릴 때도

차마 이곳을 범()하던 못하였으리라

 

 

끊임없는 광음(光陰)

부지런한 계절이 피어선 지고

큰 강물이 비로소 길을 열었다

 

 

지금 눈 내리고

매화 향기 홀로 아득하니

내 여기 가난한 노래의 씨를 뿌려라.

 

 

다시 천고(千古)의 뒤에

백마 타고 오는 초인(超人)이 있어

이 광야에서 목놓아 부르게 하리라 --<광야>/이육사/1945/

 

 

국어시간에 교과서를 통해 배웠지만, 단박에 반해버린 이유는 무엇이었을까. 한없는 동경의 언어들 때문이었으리라. 광야의 아득한 이미지와 처음 하늘이 열렸을 그 때의 신비, 첫사랑의 어린 소녀가 가슴을 졸이며 읽고 또 읽었던 시, 쓰고 또 써가며 외웠던 시.

 

몽골에 처음 닿았을 때의 느낌은 딱 육사의 <광야>에서 맡았던 그 향기였다. 백마 타고 오는 초인처럼, 몽골의 말들은 기름진 꼬리를 반짝이며 초원을 가득 누비고 있었다. 한겨울에 보았던 몽골말들은 말 그대로 경이로움이었다. 그 추운 날, 영하 40도의 겨울에 미동도 없이, 아니 유유히 걷거나 달리거나 풀을 뜯어먹거나 아무런 두려움 없이 그 시간과 공간을 즐기고 있었다

 

그 말들의 풍경 사이로 보름달이 떠오르고, 분명 저 먼 곳으로부터 초인은 달려오고 있으리라! 육사처럼 조국을 잃어버린 처절함과는 다른 마음이었지만 분명 그 말들은 한겨울이라고 하기 어려울만큼 미동조차 없는 거대한 생명력으로 영하 40도의 추위를 거뜬히 건너가고 있었다.

 

천지간, 지구가 오염되어 몸살을 앓고 있는 21세기, 몽골은 누가 살고 있는지, 언제부터 살아왔는지, 서로가 만나 이야기라도 나눌 수 있는 것일까 할 정도로 끝없이 광활한 초원 지대에 띄엄띄엄 보이던 게르......산도 강도 사막도 더 이상 아름다울 수가 없었다. 원시의 그 비릿한 첫 풍경들 그대로였다. 첫사랑 아니라고 말 할 수 없었다. 인간과 인간 아니라도 첫사랑은 얼마든지 가능한 것! 몽골은 내게 온 사랑의 순정이었다. 그 땅과 하늘과 풀과 흰눈의 천지와 봄 몽골의 그 빗방울까지, 첫사랑의 시어들이 가득히 나를 향해 손짓하고 있었다.

 

 

시를 쓰고 또 썼다. 시란, 첫사랑이 아니면 안 된다. 썼던 과거의 글자들로 엮어진 구태의연은 시가 될 수 없다.

 


내 생애 어느 첫겨울

첫 하늘 아래 설원은

흰 다이아몬드로 빛나고

첫 태양이 첫눈을 비춘다

모든 건 끝없는 ''이다 첫 만남이다


첫새벽

첫 놀라움

첫 발자국....... <첫편지> 부분 /이민숙

 

 

몽골은 처음 가도 첫사랑이요 또다시 가도 첫사랑이요, ...가고 또 가도 첫사랑일 것 같다. 더 많은 기억들은 다 잊어버리고 그 한없는 원시의 풍경들과 그 드넓은 초원의 바람과 말들과 소떼 양떼와 더불어 자연을 사는 몽골인들의 시공간을 나는 맛보고 왔으므로, 답답한 도시의 연기 같은 일상을 순수로 되돌려 살아갈 수 있을 것 같다. 이번 여행 역시 몽골 그 자체일 뿐만 아니라 가장 빛나는 첫 경험의 시간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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