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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앞에 남은 세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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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월정의 주말엽서

우리앞에 남은 세월

우리앞에 남은 세월

김상훈.jpg

김상훈 수필가 

 

 

추석 다음 날 친구L, J와 함께 내 차를 타고 친구B를 만나러 갔습니다.

 

그들은 기분 좋게 한잔 씩 한 상태였습니다.그때 운전석 옆에 앉은L니 차에는 음악이 없냐?”라고 하면서CD의 키를 누르자 스피커에서는 나의 애창곡 클리프 리챠드의‘The young ones’가 흘러나왔습니다.

 

그러자L은 불만스럽게 말했습니다. “용두산 엘리지나 추풍령 고개 같은 것은 없냐?”

 

친구,자네가 좋아할 만한 노래는 준빌 못했는데,어쩌지?”하는 나의 대답에 자칭 트롯의 황제라는L은 클리프 리챠드의 노래나 나의 대답이 영 내키지 않는 표정이었습니다.

 

그러자 뒷자리의J가 거들었습니다.

 

용두산의 엘리지나 더 영원스나 이젠 경로당에서나 들을 수 있는 노래들 아니야?”라는 그의 한마디에 우리는 그만 머쓱해지고 말았습니다.

 

용두산이든 젊은이들이든 이 말을 듣고 있는 우리들이든 모두는 졸지에 경로인이 되어버렸습니다.조금쯤 들떠 있던 분위기가 순간 숙연해졌습니다.

 

OECD국가 중에서 우리나라는 출산율 최하위,고령자 인구 대비 최고율이라 합니다.

 

노인들은 늘어나는데 출산율은 세계 꼴찌라니!그래서인지 수 많은 젊은이들이 자신들을삼포 세대’(연애,결혼,출산을 포기)라고 울부짖는 사회적인 기현상이 벌어지고 있는지도 모릅니다.

 

그러자 문득 다음과 같은 불안한 생각이 비집고 올라왔습니다.

 

시내버스나 지하철의 경로석이 일반석이 되고 일반석이 경로석으로 바뀔 수도 있다는 맹랑한 생각 말입니다.

 

이어서 지금 전국 곳곳에 있는 어린이집이나 유치원 등이 어린이의 급속한 감소와 넘쳐나는 노인 인구의 증가로 간판 자체가(어린이집이나 유치원에서)경로당이나 노인의 집으로 둔갑하는 사태가 도래하지 않을까?

 

어린이를 위한 건물이 노인을 관리하는 경로당으로 리모델링 해야 하는 시대가 온다면?

 

아빠가 출근할 때 뽀뽀뽀라는 낭랑한 노래가 경쾌하게 울려야 할 텐데 울어 봐도 불러 봐도 못 오실 어머님을!하고는 탁한 노랫소리로 바뀌어 전국적으로 울려 퍼진다면?

 

하여튼 이런 암울한 생각을 지우기까지는 꽤 오랜 시간이 지나야 했습니다.

 

떠들썩하게 어우러진 친구들과의 술자리를 피해 내 차로 와서 음악을 들었습니다.

 

‘One summer night’진추하의 노래가 경쾌하게 흐르는 차창 너머로 유난히 크고 밝은 한가위 보름달이 온 누리를 비추고 있습니다.

 

달은 내가 기분이 울적하거나 기쁘거나를 아랑곳하지 않고 자기 나름대로 뜨고 지고를 반복할 것입니다.달도 차면 기운다는 약속을 스스로 충실하게 지키면서 말입니다.

 

사람 또한 달과 같아서 태어나고 성장하고 늙어가고 사멸하면서 그 와중에도 진화를 계속하면서 자신의 삶과 죽음을 경영해 나갈 것입니다.

 

친구들과 헤어진 뒷날엔 추석의 풍요로움도 시들 해졌습니다.

 

그 풍성했던 풍경들은 어디로 가고 삭막한 현실에 나는 외로워집니다.

 

내 앞에 남은 시간을 헤아려보니 정말 황혼의 시기입니다,

 

 

누구라도 그러하듯이 내 곁에 있었던 소중한 이들이 하나둘 떠나가고 있습니다.

 

나는 떠나간 친구의 추모관을 찾아서 급히 차에 시동을 겁니다.그와 즐거웠던 순간들을 소환해서 주저리,주저리 중얼거리며 그의 행복했던 시절의 영정 사진을 쓰다듬으면서 되새겨 봅니다.

 

아껴쓰면15.

 

대충쓰면10.

 

그럭저럭5.

 

아차하면1.

 

우리앞에 남아 있는 세월의 시간표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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