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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문학 너머 인간, 빨강의 미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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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수사람들과 함께하는 인문학산책

인문학 너머 인간, 빨강의 미학

인문학 너머 인간, 빨강의 미학

이민숙.png

이민숙 샘뿔 인문학 연구소 소장, (시인)

 

 

 

해마다 이맘때면 이곳저곳에서 그 해의 결산들이 쏟아져 나온다.

 

살아온 시간은 늘 몇 편의 시와 몇 편의 수필, 소설 등으로 한 해의 문을 닫기 위해 또는 새해로 건너가기 위해 문집 하나를 가름하고 친한 사람들이나 보이지 않는 독자를 향해 더 깊은 이야기꽃을 피운다.

 

우리에게 문학이란 무엇인가? “작가가 된다는 것은, 인간의 내면에 숨겨진 제2의 존재와 그 존재를 만들어낸 세상을 인내심을 가지고 오랜 세월 동안 노력하여 발견하는 것입니다. ... ...

 

방안에 틀어박혀 책상 앞에 앉아서 홀로 자신의 내면으로 침잠하여 단어들로 새로운 세상을 만드는 이... ...”

 

터키의 작가 오르한 파묵은 변함없는 열정으로 같은 말()을 수없이 그리다보니 아름다운 말을 눈 감고도 그릴 수 있게 된 이란의 옛 세밀화가들을 묘사하면서 저는 이것이 작가라는 직업과 저 자신의 삶에 대한 묘사이기도 하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라고 고백한다.

 

파묵의 명저 내 이름은 빨강에는 예술가의 삶과 애증의 문제, 예술작품에 깃든 애환과 삶의 빨간 열정에 대해 묘사되어있다.

 

예술은 전통을 계승할 뿐 아니라 그것을 깨트릴 줄 아는 용기도 동반될 수밖에 없는데 시대는 물질과 정신 속에서 고민하는 예술가 사이의 갈등을 간과하지 않는다.

 

서로를 인정하며 앞서고자 하고 질투하며 죽이고 죽는 극한의 대립을 표현하면서 파묵은 그 사이에 사랑을 놓는다. ‘사랑은 그리하여 무엇을 남기는가? 아니 사랑보다 더 소중한 어떤 것이 있다는 것인가?

 

빨강! 그것은 탄생의 빨강이며 질투 속에서 동료를 죽이고 마는 살인자의 빨강이며 죽어가는 자가 삶을 마지막 고통 속에서 느끼는 피의 빨강이다.

 

그런 와중에 죽어버린 남편을 기다리는 애절한 여인이 전통 속에서 새롭게 찾아든 첫사랑을 쉽게 받아들일 수 없는 절체절명의 빨강이기도 하다.

 

작품 속에서 빨강은 말한다. “나는 빨강이어서 행복하다. 나는 뜨겁고 강하다. 나는 눈에 띈다. 그리고 당신들은 나를 거부하지 못 한다. 나는 숨기지 않는다.

 

나에게 섬세함은 나약함이나 무기력함이 아니라 단호함과 집념을 통해 실현된다.

 

나는 나 자신을 밖으로 드러낸다... ... 내가 칠해진 곳에서는 눈이 반짝이고, 열정이 타오르고, 새들이 날아오르고, 심장 박동이 빨라진다. 나를 보라, 산다는 것은 얼마나 아름다운가! 나를 보라 본다는 것은 또한 얼마나 아름다운가!”

 

파묵의 좀 더 절실한 글에 대한 열망은, 자신이 태어난 터키와 자라온 고향 이스탄불이 세계의 중심부가 아니라 중심부 바깥에 있었고 자기 자신 또한 변방주의로 몰림 받았던 것은 아닐까 하는 의구심 때문이었다고 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작가인 자신을 통해 거대한 반전, 소설적인 어떤 위대한 변화를 이뤄내고자 노력했다고 쓰고 있다.

 

파묵은 아버지의 영향을 많이 받았는데, ‘아버지의 여행 가방이라는 노벨문학상 수상 연설 속에서 아버지가 평생 지니고 살았던 변방의식을 통해 그 의식을 극복해야 하며 변방에서 느끼는 고독과 과거에 대한 굴욕과 미래에 대한 두려움 등을 언급한다.

 

그것으로 인해 전락하고 말 존재에 대한 두려움과 주변에 대한 분노가 글을 쓰게 만들었지만 마침내 많은 사람들의 찬사와 영광 속에서 기억될 것이라는 믿음, 낙관이 한 존재를 행복하게 만든다고 말했다.

 

성공은 낙관에 의한 결과물입니다.” “저의 세계는 터키라는 민족적인 세계와 서양 세계가 혼합된 것입니다.” 파묵이 극복하고자 하는 마음속에는 낙관과 부정적 세계관이 함께 자리하고 있었던 것이다.

 

파묵은 모든 것을 향한 멈출 수 없는 호기심과 읽고 배우고자 하는 열망이 있었음에도 예술가에게는 별로 관심을 보이지 않고 희망도 주지 않는 나라라는 인식 아래 그것을 없애야겠다는 스스로의 다짐 질투도 마다하지 않고 그 내적 혼란을 불식시키기 위해 노력했다고 한다.

 

한 편의 시 속에는 이렇듯 세계가 소용돌이친다. 그렇지 않다면 무슨 의미인가.

 

그 세계 속 중심에 시인 자신이 자리하는 것이다. 한 해를 마무리하는 스스로의 시간속에서 빨강을 느끼는 일, 그리하여 한 삶의 낙관희망을 창조하는 일이 한 권의 책으로 마무리하는 의미가 된다면 뭘 더 바랄까!

 

그렇게 빨강사랑이 한통속으로 놀다보면 질투를 넘어서서 슬픔을 넘어서서 환한 햇살로 펜을 잡았던 손끝도 더 뜨거워지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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