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05.15 (수)
찰리 채플린(1889~1977)이 미국에서 활동했을 때 어느 곳을 여행하는데 그곳에 수 많은 사람들이 모여서 웃고 떠들며 왁자지껄 축제를 열고 있었습니다.
기웃거려보니 실로 기묘한 장면이 그의 눈에 들어왔습니다. 그들이 즐기고 있는 것은 ”찰리 채플린 흉내 내기 대회“였습니다. 자부심과 호기심이 발동한 그는 신분을 숨긴 채로 그 대회에 참가하게 됩니다. 그런데 결과는 겨우 3등! 바람직하지 못한 결과의 성적표였습니다.
젊었을 적 제 꿈이 영화배우였던 것을 차치(且置)하더라도 그 이야기를 들었던 시기는 늘 과음으로 탁한 생각과 행동으로 젖고 절어 있던 시절이었습니다.
이제 인생을 살 만큼 살았고 알 만큼 알았고 성공과 실패, 환희와 좌절, 등을 경험 해 본 터라 나름대로 찰리 채플린의 소위 그 상황에 대하여 곰곰이 생각해 보았습니다.
채플린이 자신의 흉내 내기 대회에서 겨우 3등을 한 이유에 대해서 말입니다.
1. 이미 성공한 입장이라서 자만심에 빠져 있었다.
2. 그런 이유로 최선을 다하지 않았다.
3. 최선을 다하지 않았음은 물론 하나의 이벤트로 여겼다.
4. 우쭐한 마음으로 관객에 대한 배려와 매너가 부족했다.
5. 풍족했던 시기라서 절실하지 못했다.
반면, 이 대회에서 1등을 한 사람은 (확인할 수는 없고 1등 했다는 설이 있음) 20세기 미국 코미디계의 황제인 밥 호프(1903~2003)였습니다.
알려 진대로 밥 호프는 어디를 보아도 미남 이거나 훈남이라고 할 수 있는 부분은 거의 없는 너무나 평범한 얼굴이었지만 그러나 그만의 독특한 개성과 표정으로 수많은 오디션에 참여했습니다,
그러나 번번이 낙방을 밥 먹듯이 하고 있었던 어느 날 한 오디션에 도전했는데 심사위원들의 면면을 오히려 밥 호프가 알아볼 지경에 이르렀습니다.
언제나처럼 심사위원이 심드렁하게 말했습니다.
”당신의 자료는 다 보았으니 애써서 소개할 필요까지는 없고 혹시 당신이 가장 잘 할 수 있는 것은 무엇일까요?”
“예! 저의 특기는 사람들을 웃기는 것입니다.”
“그래요? 좋습니다, 그럼, 이 자리에서 우리 심사위원들을 바로 웃길 수 있을까요?”
그나마 자기에게 조그마한 관심을 보이는 한 심사위원의 말이 끝나기도 전에 밥 호프는 시험장 문을 열고 밖에서 대기하고 있던 응시자들을 향해 크게 소리쳤습니다.
“면접을 기다리고 있는 여러분!
여러분은 이제 그냥 귀가하십시오. 바로 지금 심사위원 모두가 만장일치로 나를 오디션에 합격시켰습니다!”
이렇게 해서 20세기 최고의 코미디 밥 호프는 탄생하게 되었습니다.
따라서 나는 밥 호프의 입장에 대해서 다음과 같이 생각해 보았습니다.
1. 그는 그만큼 절실했다.
2. 그런 이유로 항시 최선을 다할 수밖에 없었다.
3. 최선을 다했으므로 결과가 좋은 것은 당연하다.
4. 수 없이 떨어지는 오디션 과정에서 자신만의 노하우를 터득했다.
5. 그는 항상 지금이 마지막이라는 절박함으로 오디션 현장에 임했다.
찰리 채플린과 밥 호프에 관한 10가지 나의 생각은 극히 주관적인 나만의 변(辨)일 수도 있겠지만 저의 꿈과 이상(理想)이었던 영화배우와 웃음치료사로서의 좌절이나 갈등, 또는 포기 등과 맞물려 있기에 실제로는 제 인생 자체에 대한 이유나 변명이기도 합니다.
제가 위의 10가지를 좀 더 일찍 터득했고 목표 의식이 뚜렷해서 인생을 더욱 치열하게 그리고 열정적으로 살았더라면 영화배우나 웃음치료사로 훨씬 성숙한 삶을 살았지 않았을까 때늦은 후회를 해 봅니다.
그러나, 결국은 실패자의 변명으로 여겨질 수밖에 없는 현재의 자화상에 슬그머니 무대 뒤로 숨어버리고 싶은 마음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