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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창진 똑소리 닷컴

기사입력 2024.02.21 08: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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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창진 여수 시민감동연구소 소장 

     

     

    코로나19 유행 시기에는 해외여행을 할 수 없었다. 그 덕분에 코로나19인데도 불구하고 여수는 연간 1천만 명 이상의 국내관광객이 찾아서 대표 관광지가 되었다. 2024년 설 연휴에도 16만 명 다녀갔다는 보도가 있었다.

     

    코로나19 해제 이후 주변을 살펴보면 해외 여행을 가는 사람들이 많아졌다. 특히 엔저 영향으로 2023년 일본 방문 관광객은 4년만에 2000만명 넘었고, 한국인이 28%, 670만 명으로 1위를 차지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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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19'노재팬' 운동이 무색해졌다. 당시 일본 정부가 소재·부품·장비 등에 대한 한국 수출규제에 나서면서 촉발된 일본 상품 불매운동이다. 윤석열 정부가 일본 기업 강제징용자 배상 판결을 우리가 제3자 변제를 합의하고, 후쿠시마 원전 핵폐수 방류에 굴욕적인 태도를 보인데도 일본 관광이 늘었다.

    남북 분단에 따라 우리나라는 본의아니게 섬 나라가 되어서 해외 여행은 주로 항공기를 이용할 수 밖에 없다. 운송수단 중 항공기 운항이 가장 많은 탄소 배출을 한다. 영국 기업에너지산업전략부에 따르면 승객 한 명이 1km를 이동할 때 탄소 배출량은 버스 105g, 중형차(디젤) 171g, 중형차(가솔린) 비행기(단거리) 255g으로 비행기가 압도적으로 탄소를 많이 배출한다. 여기에 높은 고도에서 탄소를 배출해 지구온난화에 영향을 주기도 한다.

    항공기 이용도 빈부 격차가 심하다. 한 연구에 따르면 전세계에서 3%의 사람들만 반복적으로 해외여행을 하고 있으며, 세계 인구의 80%는 비행기를 한 번도 타보지 못했다. 예를 들어 부유한 국가인 영국에서도 약 15%의 사람들이 항공편의 70%를 이용하며, 인구의 절반은 1년 동안 비행기를 전혀 타지 않는다고 한다.

    비행기를 이용하는 것이 기후에 미치는 부정적 영향에 대한 경각심이 높아지면서, 유럽 각 정부와 유럽연합 차원에서도 탈탄소 운송수단에 대해 고심하고 있다. 또한 시민사회에서는 항공기 여행을 줄이자는 플라이트 셰임’(flight shame), 2018년 스웨덴에서 주도하고 있는 이 운동은 환경 의식이 있는 사람들이 비행기를 타면서 느끼는 불편함과 부끄러움에 대한 공감대를 바탕으로, 비행기 이용을 최대한 줄이자는 캠페인이다.

    유럽 여러 나라에서 '우리는 땅에 머문다'는 단체는 2019년부터 전 세계인들에게 항공기 없는 삶에 서약을 독려하는 “Flight Free” 캠페인을 진행하고 있다. 66개국 11천여 명이 2021년에는 비행기를 타지 않겠다고 서약했다. 스웨덴에서 2019년 항공기 승객수가 5% 감소하고, 철도 이용객은 8% 증가했다.

    필자가 참여하는 모임에서 2024년은 해외 여행을 가자고 종용한다. 대신 국내 여행을 가자고 권유를 하고 있다. 국회의원 예비후보자 공보물을 보면 2028년 유엔기후보호당사국 총회 유치 공약이 나온다. 진정으로 기후보호를 하고 총회를 유치하려면 먼저 비행기 이용을 자제하고 비행장 신설과 활주로 확장을 요구해서는 안된다.

    비행기를 이용하지 않는 것이 개인 차원에서 중요한 탄소 배출 절감 방법이다. 단거리 항공편 대신 기차 등의 대중교통을 이용하는 것이 가장 좋으며, 피치 못한 경우가 아니라면 해외여행을 줄이는 노력도 필요하다.

    우리는 모두 코로나 팬데믹이 지속되면서 실제로 많은 국제회의나 교류행사가 온라인으로 대체되었기 때문에, 이미 경험을 하였다. 여수시 의원들이 앞다퉈 해외 방문을 한 것은 COP33 개최 희망 도시에 어울리지 않다. 그 뿐이 아니다 시대 정신에 역행하고 있다.

    여수비행장을 활성화하기 위해 취항 항공사에게 여수시가 보조금을 지원하고 비행장에 주차장을 확장했다고 선전하는 국회의원도 있다. 이와 다르게 네덜란드 항공사 KLM은 고객들에게 책임 있는 비행을 이야기하며, 절대적으로 필요한 경우에만 항공기를 이용하라고 안내하기 시작했다. 작년에는 네덜란드 철도회사와 이웃 국가인 벨기에 철도회사와 협력해서 암스테르담-브뤼셀 항공 노선을 기차로 대체했다.

    지난해 오스트리아 항공사는 대표 도시인 빈-잘츠부르크 구간 항공편을 폐지하고, 대신 두 도시를 연결하는 직통열차를 하루 최대 31편으로 늘리기로 했다. 프랑스 국적기인 에어프랑스는 국내 노선 수를 40% 감축하겠다고 약속했다. 유럽연합의 탈탄소 정책에 발맞추는 결정이다.

    항공업계 스스로 탄소배출량을 2020년 수준으로 동결하고, 초과 배출한 항공사는 탄소 배출권을 구입해서 상쇄해야 한다는 데에 합의하였다. 탄소 배출량을 줄이기 위해 연료 효율이 높은 항공기를 개발하고, 폐기물을 감축하고, 바이오 연료를 개발하는 등의 방안도 진행 중이다.

    유럽연합은 2012년부터 EU 영토 내에 이착륙하는 모든 항공사를 대상으로 탄소배출권 거래제도를 적용하기로 결정한다. 프랑스 국회가 단거리(2시간 30분 이내) 국내 항공 노선을 금지하기로 결정했다.

    세계는 최대 과제인 기후보호를 위해 이렇게 앞서서 항공기 운항까지도 규제를 하고 있는데, 우리나라는 지역마다 공항을 신설하고 확장하고 있다. 심지어 여수공항을 국제공항 규모로 확장하자는 것을 보면 딴 별에 사는 것 같다.

     

    우리는 지금 이상 기후를 느끼고 있으면서도 시간이 지나면 정상적인 기후로 인식하면서 심각성을 놓치고 만다.

     

    이러한 현상을 끓는 물 속 개구리우화에 비유한다. 개구리를 이미 물이 끓는 솥에 집어넣으면 바로 튀어나오지만, 개구리를 찬물에 넣고 서서히 데우면 개구리는 서서히 올라가는 온도를 변하지 않는 조건으로 여겨 결국 익어버리고 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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