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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수사람들과 함께 하는 인문학 산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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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수사람들과 함께 하는 인문학 산책

어린왕자, 소행성 B612호는 어디쯤이니?

이민숙.png

이민숙(시인 샘뿔인문학연구소장)

 

 

기어코 이렇게 묻고 말았을 것이다. 난 어른이니까…. 그 어떤 것도 마음으로 이해하려 들지 못 하는 어른, 설명하고자 해도 설명할 수 없는 어린왕자는 그 어른들을 이해하기 어려워한다. 


여행을 떠나는 어린왕자, 아니 떠돌이 어린 왕자, 그가 간 곳마다 통하지 않는 말들, 왜 별들의 세계에는 어이없이 살아가는 사람들이 그곳을 그렇게 답답하게 만들고 있었던 걸까? 말은 통하는 말일 때 말이지 마음을 주고받을 수 없는 문자는 말이 아니다! 


별이니까……. 아니 별난 별이니까……. 아무도 가 본 적 없는 그곳엔 우리가 흔히 보았던 사람들이 있지만, 어린왕자와는 도통 통할 수 없는 사람들이다. 그들은 오직 확신에 찬 삶을 보여주려 하지만 그 확신이란 왠지 시시하고 시시한 것뿐이다 어린왕자에겐. 


별은 밤이면 밤마다 이야기한다. 그리운 어떤 이의 얼굴을 생각하게 한다. 꿈꾸게 한다. 


가장 어두운 하늘에서만 반짝이는 별빛, 우리의 가슴이 어둠으로 가득 차 있을 때, 별빛은 그 가슴을 밝혀주려는 것 같다. 그랬던 것 같다. 


아무에게도 할 수 없는 이야기가 있다고 치자. 홀로 간직하느라 벅찬 그 마음은 어느새 별빛으로 변하여 저 먼 곳에 존재할 것만 같은 사랑을 향해 날아간다. 그러나……. 그 사랑은 내 마음을 받아줄 수 있을까? 우주의 까마득한 어느 공간에나 있을법한 사랑, 사랑과 내 마음이 만나면 무슨 이야기를 할까? 


빛나는 비밀이 내 마음이다. 그저 빛나는 비밀이 내 사랑이다. 왕도 허영심에 빠진 사람도 술꾼도, 가로등을 일 분에 한 번씩 켰다 껐다 해야 하는 사람도, 늙은 지리학자도, 아무런 비밀이란 없어야 하는 듯이 끝없이 축적된 에너지마저 한낱 스쳐 지나가는 바람 같은 것을 위하여 살아가는 사람들뿐인 그 소혹성, 어린왕자는 이상하고 이상한 질문만 솟구치는 걸 느꼈는데……. 그렇다면 우리의 소중한 별 지구는 어떠한가……. 이러저러한 사람들이 복작거리는 수십억의 인간 군상들이 살고 있는 곳. 


지구의 주인공 당신은 이곳에서 무슨 생각을 하며 살고 있는가. 오늘까지 당신이 해온 일 따위 말고, 당신이 만난 뱀은 어떤 뱀이었는가. 당신이 만난 꽃은 어떤 꽃이었는가. 당신은 어느 누군가를 길들여본 적이 있는가. 왜 우리는 길들여지는 것에 관심을 가져야 한다는 것인가. 당신이 만난 여우에게서 무슨 이야기를 들었는가. 이 세상에서 단 하나뿐인 당신의 장미꽃에게, 그 길들였던 비밀을 여기에 털어놓을 수 있는가…….


이야기는 그리하여 아름답다. 마음 깊은 곳에서 터져 나오는 비밀스러운 고백만이 충만하다. 


마음을 터놓고 할 수 있는 이야기에는 고귀함이 깃들어있다. 떠들썩 환호하지 않아도, 장롱에 감춰진 재산의 양을 자랑하지 않아도, 왕처럼 거들먹거리는 명령에 길들지 않았다면, 허영심이라는 것, 필요 없는 지적(知的) 백과사전을 풀어놓는 일 없다면, 우리의 만남은 은하수처럼 가없는 사랑으로 거듭날 것이다.


그렇게 서로를 길들일 일이다. 마음의 눈으로 보는, 마음의 눈빛을 나누라는 어린왕자의 맑은 충고를 잊지 말 일이다. 어린왕자의 작은 속삭임, 얼마나 아픈 슬픈 이야기인가. 사랑이란, ‘사막 속의 샘과 같은 웃음소리’라고 했다. 작가 생텍쥐페리는 어린왕자를 ‘어느 누구도 갖지 못할 별들’이라고 한다. ‘웃을 줄 아는 별’ 그게 그 별이어서 일까? 하늘 깊은 곳 어느 곳에서 웃고 있을 어린왕자는 누구의 선물인가? 


선물은 선물을 받아 껴안는 진실한 마음이 아닐까? 쏟아지는 별빛을 바라보며 그 웃음을 느낄 수 있는 사람, 사랑 가득 스스로 선물 받는 사람, 별이란 늘 반짝이고 있는 사랑이면서 허무를 극복시키는 우주다. 


우주가 사라질 때까지 사라지지 않는 선물 보따리를 오늘 밤, 실컷 우러러본다면 그곳으로 돌아간 어린왕자를 만날 수 있으리라. 여행하라 저 우주의 선물 속으로! 여행이라는 둘도 없는, 대단히 권태로워진 일상 도리도리, 재구성의 순간들을 어린왕자 별빛처럼 거닐었던 어느 날을 회상해본다. 또한, 가차 없는 언어와 행위, 위버멘쉬의 창조자 니체가 말했던 걸 읽은 기억이 있어 옮겨본다. 


“사람들은 여행자를 다섯 등급으로 구분한다.


가장 낮은 등급의 여행자는 여행하면서 오히려 관찰당하는 사람들 --그들은 여행의 대상이 되는 사람들이며 동시에 눈먼 사람들이다; 다음 여행자는 실제로 스스로 세상을 관찰하는 사람들이다; 세 번째 여행자는 관찰한 결과에서 그 무엇을 체험하는 사람들이다; 그 다음 등급의 여행자는 체험한 것을 자신 속에 가지고 살며 그것을 지속적으로 지니고 있다; 끝으로 최고의 능력을 가진 몇몇 사람도 있다. 그들은 자신이 관찰한 모든 것을 체험하고 동화하고 난 뒤, 집으로 돌아오자마자 곧 그것을 여러 가지 행위와 작업 속에서 기필코 다시 되살려나 가야만 하는 사람들이다.


여행자에 대한 이 다섯 부류에 따라 대체로 사람들은 삶의 모든 여정을 지나간다. 가장 낮은 등급의 여행자는 순전히 수동적인 사람들이고, 가장 높은 등급의 여행자는 남겨져 있는 내면적 과정들을 아낌없이 발휘해나가는 사람들이다.” -『인간적인 너무나 인간적인 Ⅱ』‘여행자에 대하여’ 부분 /프리드리히 니체/책세상 


어린왕자의 작가 생텍쥐페리야말로 가장 높은 등급의 여행자였음에 틀림이 없다.


그는 모든 여행의 체험들을 훌륭한 문학으로 승화시켰을 뿐만 아니라, 이렇게 우리가 되돌려 읽으며 우리의 마음의 눈빛을 통해 혜안을 갖도록 조단조단 이야기하고 있으니 말이다. 하물며 그는 저 가없는 사막이라는 우주 속으로 사라진 후 끝내 우리에게 되돌아오지 않았다. 


그 사라짐의 예감을 어린왕자는 <어린왕자> 속에서 몹시 슬퍼하고 있다. 그러나 설렘이란 역설적인 것! 그런 여행의 날처럼, 니체와 생텍쥐페리의 언어 속에서 ‘웃음 가득한 별’의 사랑을 노래하는 날이다. 마냥 먼 먼 우리네 삶의 별빛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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